서길수 교수 "뉴라이트계 인사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인터뷰] 서 교수,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 등에 비판의 목소리

등록 2024.08.12 10:58수정 2024.08.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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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길수 교수 모습. 경제학자였다가 국사에 관심이 있어 1994년에 고구려연구회를 창립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침탈 과정을 자세히 밝힌 <동북공정백서>를 발간했다.
서길수 교수 모습. 경제학자였다가 국사에 관심이 있어 1994년에 고구려연구회를 창립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침탈 과정을 자세히 밝힌 <동북공정백서>를 발간했다. 오문수
 
뉴라이트 성향으로 알려진 김형석 이사장이 8일 13대 독립기념관 관장에 취임하자 광복회를 비롯한 야당 일부가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을 통보하며 커다란 논란이 일고 있다. 때맞춰 <동북공정백서>의 공동 저자인 서길수 교수가 기자에게 "큰일 났다! 뉴라이트계 인사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며 장문의 글 한 편을 보내왔다.

경제학자였던 서길수 교수는 1986년 중국을 방문한 후 1990년 10월 옛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현 길림성 집안)을 찾았다. 그곳에서 장대한 고구려 유적들을 둘러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 그는 1994년 고구려연구회를 창립하고, 근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침탈 과정을 자세히 밝힌 <동북공정백서>를 발간했다.

2024년 8월 2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 김낙년 신임 원장이 취임했다. 이어서 8월 8일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목돼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대표 김형석 이사장이 13대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이것은 단순히 한두 군데 기관에서 일어나는 인사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 전반이 왜곡, 말살되어 가는 현상이라는 게 서길수 교수의 주장이다. 서 교수는 2024년 1월 4일 부임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박지향 이사장을 향해 질의서를 보내고 공개토론을 요구했으나 '형식적인 답변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길수 교수는 한국 사회의 역사관이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이다. 서길수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이 지난 3월 12일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지향 이사장 주장은 '우리 역사만 옳은 것이고 저들 역사는 틀렸다는 식으로 우리 주장만 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이제 우리 편을 만들 수도 없고 제3자를 설득할 수 없다. 우리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태도와 근거를 마련해 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도 문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실효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도에 관해) 주장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넣는 등 일본이 일방적으로 계속 문제를 키워 갔는데, 우리가 무슨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는 것입니까?

독도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되자,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했어요. 2001년 10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역사문제의 한일공동연구가 합의되어 발족되었습니다. 2005년 5월, 3년간의 제1기 활동 끝에 결과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2007년 6월, 제2기 제1차 전체회의를 갖고 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를 공식 재개했습니다. 또한 2기에는 교과서분과위원회를 신설하였습니다. 그렇게 논의했으나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싣고 최근에 교사지침서까지 완성하였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일방적으로 주장했다는 것인가요?

박지향 이사장은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자기연민과 한의 역사가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으니 역사인식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지향 이사장에게 묻겠습니다. 독도문제,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가 한국 50대 이상의 연민과 한 때문에 생긴 것입니까?"

- 박지향 이사장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이의제기하고 우리 시각을 이야기하는 작업은 계속해서 하고 있다"면서도, "고대 유물을 가지고 네 것, 내 것 주장하며 싸우는 시각은 찬성하지 않는다. 공동의 유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로서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고)조선, 부여, 고구리, 발해 같은 3000년 우리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동북공정을 '고대 유물 가지고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도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1979년 이전에는 유일한 백과사전인 <사해(辞海)> 교과서 같은 자료에 (고)조선, 부여, 고구리, 발해 역사는 조선의 역사라고 했고, 1962년 주은래의 '조선 관계 담화'에서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국가사업으로 역사 왜곡을 시작하다가 2002년부터는 중국공산당 핵심 학술기구인 사회과학원을 통해 국력을 다해 침탈해 간 것입니다. 이런 역사 전쟁에 나가 싸우라고 만든 것이 동북아역사재단입니다. 그런데 내 것 주장하지 않고, 나누어 갖자고 하면 무엇 때문에 동북아역사재단이 존재하는 것이고 이사장은 왜 필요한가요?"

- 제게 보낸 글에서 "뉴라이트 활동에 대해 많은 논쟁들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들이 '국사해체론자'들이라는 것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묻혀 있었다"고 말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국사해체론자들의 한국사 인식은 이렇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한반도에 단일한 민족이 존재해 왔다는 명제는 조작된 신화다. 한국 역사에서 민족이라는 집단의식이 생겨난 것은 일제하 식민지기다. 일제의 억압을 받으며 소멸 위기에 직면한 조선인들이 그들을 하나의 정치적 운명공동체로 새롭게 발견하면서 민족이란 집단의식이 형성되었다. 민족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이 성립과 발전, 좌절과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된다. 따라서 식민지기에 발견된 민족의식이 해방 후 남과 북에서 지배적인 국가이념으로 발전해 왔고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세계화 흐름에 밀려 점차 쇠퇴한다'. 이런 '국사해체론'을 주장했던 학자들이 바로 뉴라이트들이고, 그들이 역사와 국토를 지켜야 할 중요한 자리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큰일 아닙니까?"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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