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주기를 깜박했더니 시든 더덕, 블루베리, 애호박
김은상
시골살이야말로 제로 웨이스트
에어컨을 켜지 않고 여름나기를 고집하고 있다. 끈적한 습기만 아니면 선풍기와 실링팬이 있어 폭염도 견딜 만하다. 한낮엔 미동조차 않다가 해가 수그러들면 밭일을 한다. 힘내서 흥건하게 땀 흘리고 나면 유쾌하다. 몸 안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고 모처럼 밥 값하는 것 같아 어깨가 올라가기도 한다.
내 몸의 땀이야 물 한번 끼얹으면 그만이지만 뜨거워진 지구는 그리 간단히 식지 않는다. 아니 더 뜨거워지고 있고, 멈출 수 없음을 알기에 두렵다. 알다시피 날씨는 생명을 관장한다. 식물의 싹이 나오지 않고 맛이 달라진다. 아예 키울 수 없게 되는 작물도 생겨난다. 식물의 생태 변화는 곤충과 짐승의 생존에도 큰 타격이다. 아닌 척 하지만 사람도 짐승이다.
미약하지만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달궈진 대지를 체감하고서야 불안과 각성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고 보니, 헛! 시골살이 자체가 그것이다. 배달 음식도 일회용품도 없고, 음식물쓰레기는 퇴비로 쓰며, 플라스틱 물병과 스티로폼 상자는 몇 년째 농사 도구로 재활용 중이다.
텃밭을 가꿔 채식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환경운동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육식 트렌드와 함께 사육 밀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때문에 가축 분뇨가 심각한 오염원으로 꼽힌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약 절반 정도만 비료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토양에 축적되거나 하천 등 외부로 배출돼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과 연결되어 있다. 도시에 살면서 분리수거하는 것만으로 환경을 지켜내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다. 많이 오염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희망을 갖고 막아낼 수 있는 곳은 시골이다. 허파 같은 시골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기후 우울증을 치료하는 어깨동무 인간띠가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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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초보 뜨락생활자. 시골 뜨락에 들어앉아 꽃과 나무를 가꾸며 혼자인 시간을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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