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에 학교생활을 시작한 달리트 출신 학생들. 네팔어를 할 수없어 모두 유치원과정에 입학했지만 첫 시험에서 당당히 A+를 받았다.
김재문
김 대표 등에 따르면, 바디족 딸들의 비극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카스트(Caste) 탓이다. 1960년대에 카스트가 폐지됐으나, 카스트는 지금도 유령처럼 떠돌며 네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승려계급인 브라만, 귀족·무사계급인 체트리, 농민·상인계급인 바이샤와 천민계급인 수트라로 나뉘는데, 바디족은 여기에 끼지도 못하는 불가촉천민 '달리트'에 속한다.
이들은 오랜 기간 사회적 박탈과 억압, 배제를 당해 왔기에 지금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다. 굶지 않기 위해 매춘을 하는 여성이 많고, 남성들은 모래 채취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집이 없어, 정부 재산인 강변에 살고 있다.
바디족은 상위 계급인 브라만, 체트리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 옆을 스쳐 지나칠 수도 없다. 또한 상위 계급은 바디족이 먹는 물이나 음식을 만지지도 먹지도 않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성관계하는 것은 허용돼 바디족 여성들을 매춘 대상으로 이용했다.
김재문 대표는 교육으로 바디족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바디족 아이들 교육 지원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교육으로, 스스로를 구할 기회를 주는 거죠.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해 네팔어도 하지 못하는 아이기 수두룩하니, 그 사회에서 좋은 직업을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거죠.
제도적으로는 카스트가 없어졌지만 사회적 인식은 그렇지 못합니다. 바디족 같은 달리트하고는 밥도 함께 먹지 않는 게 네팔 분위기입니다. 접촉 자체를 꺼리는 거죠.
하지만 아주 드물게 돈을 많이 번 달리트는 그 윗 계급하고 잘 지내는 경우가 있어요. 돈 때문에 불평등이 조장되는 우리와 다르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곳에서는 돈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거죠. 바디족이라도 교육을 받고 좋은 직업을 얻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대접을 받으리라 봅니다."
이런 이유로 시작한 게 바디족 아이들 학비 지원 사업이다. 올해 3월 여학생 7명을 선발해 그가 오랜 기간 후원하는 세인트존스 잉글리쉬 스쿨(Saint john's english school)에 입학시켰다.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중병을 앓고 있어 도저히 학교 보낼 형편이 안 되는 가정 아이들이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선발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정말로 어려운 것은 돈 문제 해결이었다. 교복비, 책값 등을 포함해 1년에 80만 원 정도의 교육비가 필요했지만, 그 돈을 당장 만들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어 김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외상'이다.
"교장하고 이사장한테 후원자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사정을 했죠. 다행히 흔쾌히 승낙해서 아이들을 입학시킬 수 있었습니다."
일대일 결연 장학사업, 학교 도서관 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