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티캐스트
영화 전반 내내 며칠에 걸친 주인공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탓인지 앞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털썩 고개를 떨궜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깜빡 졸았던 걸까? 얼른 고개를 돌려 아이를 보니, 얼굴과 눈동자에 스크린 불빛이 아른거린다. 묘한 대견함이 느껴진다. 친구들과의 스마트폰 게임을 뒤로하고 엄마 아빠와 함께해 준 까닭일까? 괜스레 기분이 더 좋아진다. 영화관을 나와 가족들에게 한 마디 건넨다.
"우리 날씨도 더운데 저녁은 밖에서 맛있는 것 먹고 들어갈까?"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열대야의 나날 가운데 그날만큼은, '시원했던' 영화관과 '시원했던' 식당'에서 '좋았던' 기분이 여운으로 남았다. 올해 '복(伏) 날'은 다 지나갔지만, 기분 좋은 '복(福) 날', 우리 가족이 함께 하는 퍼펙트 데이는 몇 번이나 더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입추도 진즉에 지났으니 이토록 끈질긴 가마솥 더위도 곧 한풀 꺾이고 여름도 결국은 지나갈 거다. 아들의 사춘기도, 아내의 갱년기도 지나갈 날이 머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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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째 제재소를 다니는 중년의 직장인입니다. 나무 수종에 관한 이야기나 목재를 생산하는 과정, 시공 현장 탐방기, 직장인 에피소드, 일상과 단상 등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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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과 갱년기 아내 그리고 눈치 보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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