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학원 족벌세습 현황.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아버지, 어머니, 손자, 손녀 등으로 이어지는 족벌세습에 의하여 철저하게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었다.
서울교육청 감사자료(편집)
작고한 전 이사장은 사실 충암학원(충암유치원, 충암초등학교, 충암중학교, 충암고등학교 운영) 설립자라기보다는 설립자 2세대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 학교의 이름인 '충암'은 이 학원의 설립자, 그러니까 이홍식씨 아버지의 호이다.
설립자로 일컬어지는 초대 교장이 아버지이고, 초대 이사장이 어머니이다.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설립자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자 학교 운영을 책임지게 된 것이 아들이다. 법원 판결문의 표현대로 하자면 "이홍식은 학교법인의 설립자인 이○○의 장남으로서 그 법인 이사장으로 취임한 1974년 이래 사실상 위 학교법인의 운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1999년 충암학원의 족벌 2세대로서 실질적인 학교의 주인으로 행세하던 이씨에게 커다란 위기가 닥친다. 자신의 여러 범죄로 법의 심판을 받고 학교에서 쫓겨난 것이다.
학교 땅에 자기 건물을 지으면서 학교 공금 1억 1천만 원, 공사업체와 짜고 하지도 않은 난방시설 공사를 위조하여 국민 세금 2억 5천만 원 등 3억 6천만 원을 횡령하고, 교장을 시켜 친척의 병역 면제 청탁 대가로 4천만 원의 뇌물을 병무청 공무원에게 주었다가 구속된 것이다.
사학비리와 병역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사장은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유죄 선고를 받아 더 이상 이사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1인 치하는 계속되었다. 그의 수많은 분신(分身)들이 있었다. 그의 배우자, 딸들, 아들이 돌아가면서 이사장이 되었다. 또, 상무이사라는 직책으로 후계를 준비하던 아들들은 이사, 이사장, 학원장 또는 행정실장이 되었다.
명목상의 이사장(법적 이사장)은 아내, 아들, 딸로 바뀌었지만 실질적인 이사장은 여전히 이홍식이었다. 교사들과 직원들은 여전히 그를 '이사장님'으로 불렀고, 학교의 이사장실 역시 그의 전용 공간이었고, 졸업 앨범에도 여전히 이사장 사진은 그의 독사진이었으며, 졸업식이나 개학식 등 학교 공식 행사에도 이사장 직함으로 축사를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이사장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회복하자 2008년 이사장으로 복귀한다. 아들은 행정실장이자 학원장, 딸은 이사, 며느리는 교사(현재 교감)로 가족들이 요직에 자리잡았다. 충암학원 족벌운영의 3세대 세습이 이렇게 준비되고 있었다.
천년만년 계속될 것처럼 단단해 보였던 충암학원의 족벌운영에 2010년대 들어 다시 위기가 닥친다. 2011년 서울교육청 특별감사에서 횡령과 인사 비리 등 각종 부정이 발각되어 이씨는 이사장에서 쫓겨나고, 행정실장인 둘째 아들도 건설업자와 짜고 공사비를 허위로 지불하는 방법으로 학교 돈을 횡령한 것이 적발되어 징역형을 받고 학교에서 동시에 쫓겨난 것이다.
이사장 자리는 다시 딸이 앉았고, 차남이 쫓겨난 행정실장 자리는 장남이 대신했다. 쫓겨난 이씨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학교에 남았다. 법적으로 이사장을 할 수 없게되자 법인사무국장으로 취임하여 법인실을 차지하고 앉았다. 부장교사로 근무 중이던 큰며느리(행정실장의 부인)는 2016년 교감으로 승진했다.
2015년 '돈 없으면 밥도 먹지마'라는 그 유명한 '급식 막말'에 이어진 서울교육청 감사에서 대규모 급식비리가 적발되었다. 학교 직원과 급식업체가 짜고 인원을 부풀리고, 식용유 등 급식 자재비를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수억 원을 횡령한 것이 적발된 것이다(관련기사:
'급식비 없으면 나가' 충암학원, 8년 전엔 무슨 일이? https://omn.kr/co1o
).
이뿐 아니라 (쫓겨난) 전 이사장의 부당한 학사와 인사 개입, 부당한 교사 채용, 공익제보 교사에 대한 인사 보복 등이 드러나 2017년 이사장의 딸 등 이사 전원에 대한 승인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충암학원은 반발했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여 법적으로 퇴출되고 정부에서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를 거쳐 2021년 7월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충암학원의 족벌세습은 3대에서 멈추어 선 듯 보였다.
이후 들어선 임시이사 체제와 정이사 체제는 이전 족벌운영 시대의 충암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달라진 것은 교사 채용 분야였다.
고용세습 교사와 보복 인사
아버지, 어머니,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 등으로 충암학원의 명목상 이사장은 바뀌었지만 실질적 이사장은 1명이었다. 이사장, 교장, 행정실장 등 명패는 바뀌었지만 이사장 1인을 중심으로 한 독재체제, 족벌운영이라는 근본 구조는 그대로였다.
이런 족벌세습의 후과는 짙고도 깊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와 학생(②편에서 이어짐)들에게 돌아갔다. 3대 족벌세습 경영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장 짙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교사 채용의 난맥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용세습 어쩌고 하는 일이 크게 사회 문제가 되곤 하지만 족벌로 운영되는 사립학교만큼 심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히 충암학원의 고용 세습, 금수저 채용은 압권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