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생극면 소극장 '하다' 소속 극단 '잇다' 홍정연 대표.
임요준
충북 음성군 생극면 응천 가로수 벚나무길을 달리다 보면 주변과 색다른 빨간색의 건물을 마주한다. 서울 연극인들이 터를 닦은 음성생활문화예술공간 소극장 '하다'이다.(충북 음성군 생극면 음성로 1619번길 38)
그곳에서 만난 극단 '잇다' 홍정연(35) 대표는 생기가 넘쳤다. 에너지 넘치는 성격에 소화하기 힘든 올 블랙 옷차림은 청년이기에 잘 어울렸다.
홍 대표의 연극 인생은 아홉 살 때 찾아왔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는 부끄럼도 없이 엄마의 김장담그는 모습을 1인 마임으로 재현해 1학년부터 6학년 전 교실을 돌며 배꼽을 잡게 했다.
홍 대표의 연기는 경기대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면서 본격화됐다. 원로 배우들의 연극공연에 스탭으로 참여하면서 극단 운영을 익혔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배우며 철학이 담긴 연극을 접했다.
국립극단 단원이기도 했던 그는 선배 황금미영씨가 금왕에 소극장을 열면서 음성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기를 5년의 세월.
처음 와본 음성은 광야와도 같았다. 친구가 없고, 경제적인 고통에다 낯설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성 곳곳에 있는 저수지를 보면서 눈이 확 트였다. 용산저수지, 사정저수지, 백야저수지, 원남저수지... "음성은 참 아름다운 저수지가 많구나."
저수지 매력에 빠지면서 음성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는 홍 대표. 그는 말한다. "음성에 이제 사는 것 같다. 음성은 내 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어디 가서도 살 수 있겠구나."
- 연극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친구들에게 엄마의 김장담그는 모습을 마임으로 연기했는데 어찌나 재밌었던지 학교 전체에 소문이 나면서 전체 교실을 돌면서 연기를 한 기억이 있어요. 그때가 제겐 첫 공연이 아니었나 싶네요.(활짝 웃음)"
- 어려서부터 끼가 있었네요.
"맞아요. 그런데 엄마는 무척 싫어하셨어요. 엄마의 반대로 결국 포기했죠. 고3 수능을 망치고 좌절해 있을 때 언니가 원서비를 내주면서 3개 대학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죠. 그중 두 곳에서 합격했고 경기대에 진학하게 됐어요.(실기 과외 한번 받지 않고 이룬 결과다)"
- 힘든 시기에 대학원에도 진학하셨다고.
"네. 단국대 일반대학원 연극학을 마쳤지만 아직 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해 수료로 돼 있어요."
- 일반대학원 공부는 어렵지 않았나요?
"많이 어려웠죠. 솔직히 대학원 진학은 엄마의 소원이었어요. 교수님은 나의 무식함에 놀라셨지만 나는 정말 재밌었어요. 철학을 공부하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