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뻘을 다 치우지 못한 곰나루가 아쉬운 이유

[세종보 천막 소식 1115일차] 국가명승지 곰나루를 고통나루로 만드는 환경부

등록 2024.08.23 09:51수정 2024.08.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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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많은 펄을 걷어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새롭게 생겨난 공주보 모래톱을 보며 든 생각이다. 펄을 다 걷어 내었다면 자연 회복에 더 도움이 되었을 거란 자책이다. 펄이 없는 백사장이 되었다면 과거 모습을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1일 찾은 공주보 상류에는 7월 내린 비로 다시 고운 모래가 가득 쌓였다. 고운모래가 덮인 공주보 상류 곰나루(고마나루)를 다시 만날 때마다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연은 늘 다시 강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를 가만 두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매년 공주보 담수로 인해 펄이 쌓이고 모래가 돌아오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 자연에게는 끔찍한 공포로 다가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마나루에 다시 생겨난 모래톱
고마나루에 다시 생겨난 모래톱이경호

자연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은 이미 수차례 터전을 빼앗겼다 복원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담수로 펄이 쌓이게 되면 모래를 기반으로 서식하던 흰목물떼새(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꼬마물떼새, 모래무지, 흰수마자(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미호종개(멸종위기야생생물 1급)는 서식처를 빼앗겨 버린다. 빼앗긴 모래사장에 봄은 없다.

 금강에 서식하는 흰목물떼새
금강에 서식하는 흰목물떼새이경호

다시 돌아온 모래사장이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다시 흰목물떼새, 흰수마자, 미호종개 등의 멸종위기종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과 희망을 꿈꿔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수문을 틀어막아 강을 호수로 만든다면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다. 호수는 흰수마자, 미호종개, 흰목물떼새를 품을 수 없는 인공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백사장은 금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강변 모래사장은 강변의 열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강수욕을 즐겼던 과거를 느낄 수 있었다. 강변에서 모래찜질을 하고, 물놀이를 다시 할 수 있으려면 오롯이 두터운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두터운 모래층이 만들어지면 풀이 자리하지 못한다. 이런 강변이 있기에 강수욕이 가능 했던 것이다.

공주보 상류의 모래는 아직 미완이다. 모래를 걷어내고 보니 지난해 백제 대전을 위해 담수한 뒤 쌓인 펄이 그대로 있었다. 너무나 두껍게 느껴지는 펄은 다시 강을 육화시키는 양분이 될 것이다. 풀이 자리하고 나무가 자라면서 육화가 가속화 된다. 펄은 강이 아니라 갯벌에 있어야 할 자연이다. 금강에 세워진 3개의 보는 고인물을 만들고, 수면에는 녹조라떼로 독을 뿜어내고 생기고 바닦은 썩은 펄을 만든다. 과거 금빛 모래가 가능했던 진정한 강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펄이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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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모래사장과 펄 공주보 상류에 모래톱에 덮인 펄의 모습 ⓒ 이경호


박용훈 작가는 '모래가 늘었지만 4대강 사업 이전과는 턱없이 모자라다'며 비교한 사진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더 많은 모래가 쌓여야 하지만 실제 쌓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수만 년 동안 강이 똑같이 유지 되어왔다. 과거에 비해 모래가 더 쌓이거나 흑이 더 쌓였다면 이미 강은 육지가 되었을 것이다. 산에서는 바위가 부서져 하천과 강으로 흐르고, 결국 자갈과 모래는 흘러서 결국 바다로 가면서 균형을 유지해 왔다. 이 균형을 깨는 것은 하천의 횡단 구조물과 준설이다.
 공주보 상류의 모래톱 비교 / 4대강 사업이후 사라졌던 모래톱이 돌아오긴 했지만 공사전과 비교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공주보 상류의 모래톱 비교 / 4대강 사업이후 사라졌던 모래톱이 돌아오긴 했지만 공사전과 비교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박용훈
공주보의 건설과 담수로 이런 균형은 분명하게 깨졌다. 6년간 담수가 끝나고 개방되면서 균형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자연은 천천이 스스로의 역할을 하며 다시 강변에 모래를 쌓아가고 있고, 자갈밭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고마나루의 모래는 이런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다시 생명들은 자리를 잡고 예전처럼 평화로운 생태계의 균형을 이룰 것이다. 매년 여름 녹조 걱정 없이 바닦에 쌓이는 썩은 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도 발에 물을 담그며 손을 닦고 낚시를 하며 금강을 즐길 수 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발을 담그고 손을 씻으며 지냈던 것처럼 말이다. 흐르는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야생의 생명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 예전 처럼 흐르게만 해 주면 될 일이다.

매년 10월이면 백제 대전이 공산성 앞 금강에서 진행 될 것이다. 매년 그랬듯이 공주시는 담수를 요청하고 환경부는 수문을 닫아 강을 막아 호수를 만들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진행되는 과정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반대와 호소는 철저하게 무시되어 왔다. 결국 환경부는 다시 생긴 모래톱을 지켜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환경부는 금강에 건설된 3개 보를 다시 틀어막을 생각 뿐이다. 이게 정상화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호수가 되면 고마나루의 모래톱은 다시 펄로 가득 차게 된다. 자연의 상처는 더 깊어 질 수 밖에 없다. 생명이 죽어가는 현장이 되는 것이다. 국가 명승지인 고마나루를 고통나루로 만드는 일이다. 환경부에게 경고한다 고통나루를 만드는 일을 중단하라!

 금가으이 미호종개 멸조위기 야생생물 1급
금가으이 미호종개 멸조위기 야생생물 1급이경호
#공주보 #농성장 #새종보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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