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신문
차는 곧 우리의 정신이며 문화의 성격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문화였다. 차를 두고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하였으며, 차는 한자문화권이 이룩한 미학적 특징 가운데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했다.
이처럼 조선시대 전기에는 사원 중심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후기에 이르러 다산 정약용, 초의선사, 추사 등 유수한 다인들이 배출되었다. 그 중 우리 다도의 중흥조라 일컬어지는 초의선사는 동양 고유의 차문화를 정리하고 한국 차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설파하였다. 아름다운 차를 신성시하고 자주 즐겨 마시는 등 한국 차의 기원을 세우게 된다.
다성이라 추앙받고 있는 초의선사는 차의 신명인 다신을 좇아 차와 선을 한 가지라 하였다. 차를 마시는 일을 선의 경지로 끌어 올려 다선삼매(茶禪三昧), 다선일미(茶禪一味), 다선일여(茶禪一如)에 들곤 하여, 당대 최고의 선지식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서성(書聖) 추사 김정희와는 동갑내기로 평생 마음을 열고 지냈으며, 추사는 수시로 초의에게 차를 부탁했고, 초의는 손수 정성을 다해 차를 만들어 보낸다. 또한 추사의 제주 유배지까지 찾아가 차를 나누며 살폈다고 추사 전집에 전한다.
지리산 칠불사와 대흥사 일원, 그리고 일지암은 한국다도의 중흥을 일으킨 곳임과 동시에 초의선사가 주석하시며 선과 차를 수행으로 삼아 <다신전>과 <동다송>을 연구 저술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수십년간 해박한 지식으로 시대의 문인 묵객들과 불법(佛法)을 논하며 폭 넓게 교유했다. 뿐만 아니라 차에 대한 뛰어난 감각으로 차를 재배하여 키우고 법제하여 이를 통해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려 하였던 것이다.
<다신전>은 초의선사가 43세 때 한국 차의 근원지인 지리산 화개동 칠불암 아자방에서 차를 제대로 마시는 법을 알리고자 저술한 명저이다. 청대의 모환문이 엮은 백과사전 같은 <만보전서> 중의 <다경채요>를 초록하였으며, 시자인 수홍이 1830년 핵심과 정수를 뽑아 정서하였다고 전해진다.
<동다송>(1837)은 그 뒤 52세 되던 해에 쓰여 진다. 1824년 일지암을 지어 수행하고 있을 무렵, 정조대왕의 사위인 해거도인 홍현주가 진도부사인 변지화를 통해 초의선사에게 다도에 관해 물어오기에 그 청을 받아들여 답문으로 쓰여진 것이다.
오늘날 불후의 고전이자 한국의 다경이라 일컬어지는 <동다송>은 한국의 다인들이라면 누구나 제일먼저 만나게 되는 명저 중 하나이다. 즉, 2000년이 넘는 차문화와 역사를 지닌 동다(東茶), 즉 우리의 차를 칭송한 차와 다사(茶事)에 대한 글이며, 자연과 인간 생명에 대한 예찬과 사색이며 명상서이다.
또한 우리차가 지닌 색향기미(色香氣味)의 우수성은 결코 중국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저술이다. 그리고 <동다송>은 차의 덕을 칭송한 시 형식의 문체이며, 동다가 최고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즉, 동다송은 한국 차의 다경으로써 높이 추앙받는 차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차 전문서이다. 우리차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바른 차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