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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참사 책임 에스코넥과 거래 중단해야"

[현장] 아리셀 유가족이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까닭

등록 2024.08.23 15:12수정 2024.08.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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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셀 참사 유가족 최현주 씨는 삼성이 일류기업·책임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중대재해 참사를 일으키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에스코넥과의 협력사 관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 최현주 씨는 삼성이 일류기업·책임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중대재해 참사를 일으키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에스코넥과의 협력사 관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임석규

"오늘 지난 참사에 대해 노동부와 경찰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삼성의 결정이 우리에게 좀더 힘이 될 것입니다. (참사의 실질적 책임있는) 에스코넥을 삼성은 가만히 놔둘 것입니까? 만약 삼성이 그렇다면, 우리가 삼성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의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삼성은 아리셀 참사 책임져라'라는 피켓이 쥐어있었다.

당시 참사로 남편을 잃은 최아무개씨는 "참사 이후 2달이 지났고,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유가족들은) 아직도 6월 24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전에 남편이 '에스코넥은 삼성에서 당장 거래를 끊으면 망한다'고 했다"면서 "아리셀 참사 책임있는 에스코넥에 대해 삼성이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셀 참사 책임은 삼성 출신 박순관 대표... 책임 뒷전, 합의금 종용"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3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에스코넥-아리셀 참사, 삼성의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3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에스코넥-아리셀 참사, 삼성의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임석규

이날 회견에는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을 비롯해 기업인권네트워크, 다산인권센터 등 38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삼성이 아리셀 참사의 실질적 책임있는 에스코넥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는 "에스코넥은 아리셀 지분 96%를 갖고,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해왔다"면서 "에스코넥 대표 박순관씨는 삼성 출신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폰 부품과 삼성SDI에 리튬 2차 배터리 부품을 납품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리셀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아무런 안전 교육이나 대책없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다가 참사가 발생했다"면서 "참사 책임있는 박순관은 합의금을 종용하며, 돈으로만 사건을 무마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행태는 그리 낯설지 않다"면서 "과거 삼성이 반도체공장 백혈병 노동자를 상대로 오로지 돈으로 해결하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태도와 닮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변호사)도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하청업체를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해 온 원청업체의 사업주에 재해 발생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아리셀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에스코넥 대표 역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스스로 만든 행동규범 어긴 아리셀-에스코넥과 거래 중단해야"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의 책임 규명과 가해기업 아리셀-에스코넥의 대표이사 박순관 씨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글판 시위를 이어갔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의 책임 규명과 가해기업 아리셀-에스코넥의 대표이사 박순관 씨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글판 시위를 이어갔다.임석규

권 대표는 이어 "삼성전자와 삼성SDI도 협력회사로서 해야 할 행동규범을 위반한 에스코넥에게 책임을 요구하고, 거래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는 삼성 스스로 만든 행동규범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장에서 공개된 에스코넥 준법실천 서약서에는 "높은 준법의식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국내외 법규와 회사 규정 등을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박순관 대표 등의 서명도 날인돼 있었다.

정신영 변호사(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강조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협력회사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삼성이 협력사를 단순히 위험을 외주화하고 책임을 도외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면 협력사들도 사업장의 안전과 노동 인권을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삼성의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수많은 광고가 아니라 재해나 참사에 대응하는 자세에서 증명이 된다"면서 "아리셀 참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별도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리셀 참사에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면서 "협력사의 행동규범을 위반한 에스코넥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리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촉구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동부 일방행정 중단, 피해자 권리보장 요구 아리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아리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촉구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동부 일방행정 중단, 피해자 권리보장 요구 아리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이정민
#아리셀참사 #삼성전자협력사 #삼성행동규범 #에스코넥박순관대표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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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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