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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동력 유지하는 게 나쁘지 않지만"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등록 2024.08.23 18:38수정 2024.08.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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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 독트린 발표했다 8.15 통일 독트린은 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된 담대한 구상에서 구체화 된 것으로 3대 통일 비전, 3대 통일 추진 전략, 7대 통일 추진 방안을 골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남북 대화채널은 끊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 독트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22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 독트린 발표했잖아요. 이에 대한 총평해 주세요.

"보통 8.15 광복절 경축사 내용은 일본 관련 내용 그리고 대북 통일 관련 내용들이 줄을 이루게 되죠. 그런데 그동안 통일 내용들에 대한 비중이 많이 높지 않았어요. 또 내용도 좋은 얘기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였죠. 그런 상황에서도 통일 독트린 발표 해서 정부가 통일에 대한 논의 동력 유지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다만 나온 내용들이 실제 구체적으로 이행될지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는 하죠."

-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에 담대한 구상 발표했잖아요. 그거와 차이는 뭘까요?

"담대한 구상보다 조금 더 많이 구체화돼 있다고 하는 게 의의라면 의의랄까요. 그렇게 봐야 될 것 같네요."

- 교수님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시는 건가요?


"통일 독트린 내용 자체에 나쁜 내용들은 없어요. 근데 이거 자체가 지금 이게 실현될 수 있는 주변 여건들이 우호적이지 않아서 독백처럼 들릴 수 있다는 아쉬움이 큰 건 맞아요."

- 통일 독트린에서 윤 대통령은 통일 주체를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으로 규정했는데.


"이것 때문에 과연 구체적인 현실화 동력이 있느냐고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거죠. 지금 인권 탄압하고 자국민에 대한 제대로 된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정권 당국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충분히 문제 제기가 가능하죠. 지금 북한 정권이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건 맞죠. 근데 지금 실효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북한 정권이라는 거죠. 이중적인 성격이 있는 거예요. 그랬을 때 만약 현실적으로 실제 대화하고 협상하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북한 정권과 얘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여기에 대해 안 하겠다고 지금 정부는 말한 거라고 봐야죠. 그리고 통일의 주체가 북한 주민으로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잘 살겠다고 하는 건 당연히 맞는 얘기죠. 근데 그 첫 단추를 꿸 때 누구와 구체적인 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사실 뭔가 행동하기에는 모순도 있죠."

- 근데 정권 빼고 주민과 협상이 불가능하잖아요.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이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무슨 협상이나 대화 제의라기보다도 통일에 대한 비전과 원칙을 재확인한 걸로 봐야 되겠죠."

- 그럼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이번 통일 독트린을 비교해 줄 수 있나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통일 정책의 큰 우산으로 존재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안에서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1단계인 화해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추진 원칙과 기조를 8.15 통일 독트린으로 봐야 되겠죠."

-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8·15 통일 독트린'이 국제질서의 변화 등을 고려해 지난 1994년 발표된 김영삼 정권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한 것이라고 하던데 교수님 보기엔 어때요?

"역대 정권 모두 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발표한 이래 다 계승했죠. 그리고 각자 정권마다의 대북 추진 정책을 가지고 있었죠. 이 8.15 통일 독트린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통일 정책 기조와 원칙 차원에서 봐야 되겠죠. 여기에 조금 더 지금 정권의 특징은 뭐냐 하면 남북 관계의 특수성보다도 국제관계를 조금 더 중점을 좀 두는 편인데 이 요소가 많이 가미가 된 통일 정책 추진 방향으로 봐야 되겠죠."

- 통일 독트린은 3대 통일 비전, 3대 통일 추진 전략, 7대 통일 추진 방안을 골자로 하는데 이는 어떻게 보세요?

"거기서 틀린 말은 없죠. 그런데 이게 말씀드린 대로 과연 실현할 수 있을 만한 이 시대적인 통일 환경 맥락들이 지금 조성돼 있느냐에는 누가 봐도 의문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잖아요. 이렇기 때문에 이게 혹시 우리만의 독백으로 그치지 않을까 아쉬움은 많이 남는 거죠."

- 북한에 대화 제의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대북 전단 등으로 북한 실상을 알려 넘어오는 걸 유도하겠다는 것 같은데 안 맞은 것 아닌가요?

"지금 정부는 북한 정권이 정당성도 없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정권으로 규정 하지도 않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고 대한민국이 자유를 보장하는 통일, 이런 걸 이루어줄 수 있다고 확신을 갖도록 하겠고 자유 통일의 강력한 우군이 되겠다는 논리 체계를 갖춘 건데 그거 자체로서는 논리적 정합성이 있죠. 이게 언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는 지금 씨앗을 뿌리고 기다릴 수 있겠는데 구체적으로 당장 북한 주민들이 변화하고 변화의 중심이 돼서 단기적으로 뭔가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만나 통일하는 걸 실현하는 데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노력은 해야 되는 일이긴 하죠"

- 그런데 북한 정부 입장에서는 대화 제의하면서 그런 말 하는 게 안 맞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북한 당국은 지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이게 하나하나 보면 다 맞는 얘기들이긴 한데 이게 실현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한 제의라고 봐야 되겠죠."

- 정부도 그런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왜 했을까요?

"아무 얘기도 안 할 수도 없는 거고 해야 되니까 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걸 노골적이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분리해서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과 자유 확대 얘기하면서 또 당국에 대해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격하거나 붕괴시키려는 건 아니고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요. 그래서 북한 당국이 주민의 자유와 평화를 보장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 즉 전제조건 단서가 달린 대화 협의체 얘기라고 해석해야 하겠죠."

- 그게 상당히 공격적이고, 자극적이고 남북 간의 갈등을 더욱 촉발시킬 수 있는 내용들이어서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어요.

"지금 더 촉발될 것도 없어요. 지금 상황을 재확인하고 지금 정부는 지금의 원칙과 기조를 재확인하는 거지 이것 때문에 남북 관계가 더 특별히 경색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거죠."

- 국지전 도발 가능성 있는 거 아닌가요? 기분 나빠서 미사일 한번 쏠 거 두 번 쏜다든지요.

"북한이 8.15 통일 독트린 때문에 더 도발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거보다 한미 연합훈련이나 한미일 연합훈련 같은 구체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군사 행동으로 대응하는 거지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 통일 얘기 안 하겠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사실은 생각하겠죠."

- 통일 독트린은 북한 붕괴론에 기초한다는 견해도 있더라고요.

"여러 가지 잠재된 전제들로 보면 북한 정권이 지금 바뀌어야 되는 거죠. 이걸 붕괴로까지 봐야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북한 정권이 변화해야 한다고 하는 확실히 이야기한 거죠. 근데 그걸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북한 붕괴론으로 해석하게 될 거고 지금 이미 통일을 남한과 대화 안 하겠다고 이야기 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상 변경이 극적으로 일어날 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 북한 붕괴론은 1990년대부터 나온 건데 안 되고 있잖아요. 근데도 왜 보수 정권은 북한 붕괴론을 포기 안 하고 있나요?

"이게 북한 붕괴론이라고 안 보는 거죠. 북한 변화론이라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 변화해야 된다고 얘기 하는 건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북한 붕괴론이라고 해석 하는 거고, 특히 북의 입장에서는 모든 걸 다 바꾸라고 하는 거니까 이건 변화가 아니라 우리를 붕괴시키려고 흡수하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되니 북한 붕괴론으로 이야기가 되는 거죠."

- 지금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어떤 식의 붕괴냐에 따라 다를 거예요. 북한이 붕괴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완전 붕괴와 불완전 붕괴로 나눠서 봐야 될 건데요. 이게 완전 붕괴라고 하면 정권과 체제가 함께 다 붕괴된 상황이죠. 그래서 중국 국경이나 우리 남북 경계에서도 대규모 난민 사태나 대량 살상무기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반출되면 중국이든 우리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개입할 수 있는 명분들이 생기겠죠.

그런데 불완전 붕괴라고 해서 김정은 정권만 위기를 맞아서 종료되고 노동당 체제는 남아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다른 대안의 권력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면 주변 국가들 어디도 쉽게 개입하기는 힘들죠. 우리도 왜 4.19, 5.16, 12.12 이럴 때도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 붕괴 남한 유사시가 훨씬 더 많았던 거거든요. 근데 그럴 때마다 북한이 넘어오고 일본이 개입하고 미군이 뭘 장악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결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봐야 될 것 같아요.

결국 완전 붕괴와 불완전 붕괴에 따라 중국으로 넘어가냐 아니냐도 달라질 것이고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갈 거라고 미리 짐작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에 대해 대비해야되겠습니다만 북한 붕괴를 전제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으므로 신중해야겠지요."

- 일단 지금 남북 대화 채널이 끊긴 상태잖아요. 더구나 북한이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부르며 다른 나라로 규정했는데 통일 독트린이 의미 있을까요?

"그래서 말씀드린 대로 통일 독트린 자체는 좋은 얘기고 원칙과 기조로서는 부인할 수 없는 거긴 한데 실현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는 우리 정부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한 번 더 재확인했다는 정도에서 의의를 찾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죠."

- 그럼 국내용인가요?

"이걸 국내용이라거나 대북용이란 게 아니라 메시지를 발신한 거예요. 용도를 맞춰서 재단하기가 힘들고 정부는 정부의 할 일을 하는 거라고 봐야 되겠죠.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노태우 정부의 북방 정책이 재평가되고 의미 부여 되는 것처럼 지금 정권도 나중에 북한 인권에 대한 정상적인 관심을 환기했던 시기였단 식으로 재평가되는 요소들이 있긴 있을 겁니다. 근데 지금 당장은 모든 상황이 불투명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문제 제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겠죠."

- 북한이 여기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반응할 가능성 없다고 보세요?

"지금 특별히 그쪽에서 나온 게 아직 없는 거죠. 언급 안 할 거예요. 아마 이게 자기들은 대남 얘기 안 한다고 했는데 이야기할 이유가 없죠."

- 근데 또 가끔 오물 풍선은 한 번씩 보내잖아요. 다른 나라로 규정하면 오물 풍선 보낼 이유 없지 않나요?

"다른 나라인데 적대적인 나라잖아요. 그러니까 적대적인 의사 표시를 하는 거죠."

- 11월에 미국 대선이 있잖아요. 대선 후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거로 보세요?

"누가 되느냐가 문제일 건데요. 트럼프가 되면 북미 간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은 있죠. 근데 북한이 이에 대해 공과 사는 구별해야 된다고 얘기 한 상황이라 시간은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미국발 대북 접촉들이 시작될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요. 근데 만약 해리스가 된다고 하면 현상 유지 상태죠.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몇 년쯤 가게 될 상황으로 전개가 되겠죠. 오히려 해리스가 될 경우 우리 다음 대선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 그때 우리 정부의 대북 입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북미 관계나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는 거죠."
#정대진 #톡일독트린 #광복절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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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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