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서재에 관련한 책이다.
김명근
유현준 교수의 에세이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를 읽으면서 그와 정반대의 삶을 살았음을 느낀다. 도시과 지방, 부자 동네와 시골 동네, 교육열 높은 집안과 그렇지 못한 집의 차이였다.
유 교수는 어린 시절 '골목길'을 축구와 야구를 하는 '운동장의 공간', 딱지치기와 다방구를 하는 '오락의 공간' 등 캘리포니아에서 창업이 이루어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차고' 같은 공간으로 기억했다. 반면 우리 동네 골목길은 그렇지 못했다. 불우한 아이들의 오갈 데 없는 성지였고, 술에 취한 어른들이 점령한 거리였다.
그러나 반대 성향은 통하는 법이다. 유 교수와 나의 감성은 같은 주파수 영역대라 자신한다. 이는 애석하게도 내가 직선을 좋아하는 이유와 유 교수가 곡선을 좋아하는 이유에 맞닿아 있다. 우선 유 교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가 곡면 안쪽에 있으면 더욱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가 우리를 안아줄 때는 팔을 펴서 둥그런 형태를 만든다. 곡면 안쪽에 서게 되면 팔에 안긴 것처럼 포근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대인이 경험하는 대부분 공간은 직선이 평평하다. 건물의 벽면도 평평하고, 천장도 평평하다. 그러니 도시가 무표정의 차가운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반면 나의 일상 곳곳은 돌담과 오름 등의 곡선이 많다. 최근 제주에 많은 건물이 들어서며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맞아간다고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직선미'를 갈망했다. 그 본심에는 도시로 가고 싶은 욕구가 존재할 것이다. 또 둥그런 성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을 터다. 괸당문화권에선 뚜렷하고 직설적인 사람은 배척당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속으로나마 신념이 뚜렷한 사람을 동경했다.
이에 서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생각해보라. 수평과 수직의 연속인 책장, 직사각형 모양의 책, 책상과 독서대의 각진 모서리에 둘러싸일 때면 꽤 만족스럽다. 인간은 결국 살아가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훗날 공공도서관을 만들어 다시 베풀 계획
이문열 작가는 문학에 전념하며 무료로 기거할 객원을 기르기 위해 '부약문원'이란 제자 양성기관을 만들었다. 이 작가는 외부 도움 없이 자력으로 그들을 지원함으로써, 영국의 블룸즈베리 그룹 같은 문학 그룹을 형성하려는 야심을 밝혔다. <청년의 서재>의 목표도 그와 닮아 있다.
훗날 청년의 서재를 '공공도서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나의 소장 도서는 대부분 중고다. 공공도서관 설립은 싼값에 책을 나눠준 모든 거래자에게 보내는 '감사 표시'다. 또 팬데믹 기간에 우리나라 성인 우울증 유병율이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나처럼 독서를 통해 자신을 찾아갈 이가 분명 더 있다고 생각해서다.
더불어 지난해 성인 10명 중 6명이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집계됐다. 나는 그들에게 독서를 강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격차감을 느낀다면, 저절로 독서 인구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 당장 독서 인구를 늘리는 것보다 독서 공간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