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중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최근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문제가 논란인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대일 외교를 포함해서 윤석열 정부 대외 정책 전반에 대해 우려감과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때 불거진 문제인데 일제 강점기 시대 민족적 고난의 역사 또 극복하기 위한 우리 선열들의 역사 등을 관장하는 기관들의 책임자에 친일 인사들이 대거 임명됐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적인 불신감, 불쾌감 또 당혹감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또 광복절 기념사에서 일본 과거사를 대통령이 언급해야 하는데 그건 생략이 됐습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서 흡수통일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혔다는 점도 제대로 된 방향은 아니라서 우려감이 있습니다. 또 서울의 일부 공공 전시 장소에서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의구심이 많은데 설명이 많이 부족해요.
때문에 일본과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들을 보면 우리 국가적 정체성 또 민족적 정체성 무시하고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 불안감의 내용인 거죠. 원래 정부는 헌법을 수호하고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기초적인 임무인데 이런 것들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윤석열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대외 정책에 대한 입장 부분에서 잘못된 인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고 한일 관계 개선하는 게 좋고 국가 이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그 부분만 떼놓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아요. 그런데 한일 관계 개선 하고 또 한미일 협력을 증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한미일 협력 한다고 하더라도 남북 관계라든가 한중 관계 등 나머지 외교 분야 전반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정책을 전개 해 나가야 하는데 한미일 협력과 한일 관계 개선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안보 정책에 있어서 국가가 해야 할 임무에 대해 중대하게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 문제적인 인사로 지목했던 게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잖아요. 근데 김태효 차장은 이명박 정부 때도 청와대에 있었지만, 그때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김태효 차장은 이명박 정부 때도 지금과 같이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만 그 당시 동조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았어요. 지금은 뉴라이트라는 부분들이 있고 그런 성향 가지신 분들이 우리 정부 안에 많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분들은 김태효 차장이 제시하는 한일 관계 개선 부분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김태효 차장의 역할이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고 생각해요."
- 크게 문제 된 것 중 하나가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 침략에 대한 과거사 언급이 없었던 것인데.
"광복절 경축사라는 건 일본의 과거 침략 역사에 대해 상기하고 일본에 과거사 인정, 사죄, 재발 방지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을 요구할 기회입니다. 그런 기회에 핵심적인 메시지가 빠져 있는 거죠. 대통령실 입장을 보니 일본이 과거에 수십 차례 사과해서 사과 피로감이 있고, 그래서 제외했다고 설명합니다. 이건 사실관계에 맞지 않아요. 왜곡돼 있고 과장된 그런 계산법이에요.
일본이 과거에 공식 사과한 적이 있어요. 대체로 한 10번 정도 돼요. 그런데 일본이 공식 사과를 하고 나면 반드시 유명한 정치인들이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망언을 바로 다음 날 제기합니다. 그래서 일본 정치권 전체로 보면 일본의 사과를 무효로 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거죠.
대통령실에서 일본이 50차례 사과했다는 건 간접적인 언급을 다 포함한 거예요. '과거 정부 담화를 계승한다'란 식으로 발언하면 사과로 간주하는 거죠. 이런 계산법으로 보면 기시다 총리도 사과한 셈이죠. 그러나 그것을 우리가 사과라고 인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과장이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인데 일본이 수십 차례 사과했기 때문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거 아주 괴상한 논리고 일본의 논리입니다.
우리는 기회가 날 때마다 사과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진지한 사과의 마음 표현하고 그 사과하는 마음을 무효로 하는 망언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그런 입장 표명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해야 돼요."
- 대통령실 입장은 언제까지 사과 요구할 거냐는 건데.
"사과할 때까지 사과를 요구해야죠. 유대인들은 2000년 전에 국가를 상실했잖아요. 그렇지만 그 국가를 잃은 유대인들이 2000년 동안 국가를 다시 복원하겠다고 결심하고 견뎠잖아요. 그거에 대해 감동 받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역사적으로 주변 외국들과 전쟁 많이 했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국가 보전, 민족 보존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있어서 2000년 이상 나라를 이끌어 왔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긴 역사를 가진 나라도 많지 않아요.
일제 강점기나 식민 시기를 1904년 2월 한일 의정서 때부터 치면 120년 됐네요. 2000~3000년 역사 중에 120년은 짧아요. 피로증을 말하기에는 아직 멀었어요. 우리는 1000년이고 2000년이고 일본이 우리에 대해서 강제 점령해 불법적으로 식민 지배한 것에 대해 사과 요구한 다음에 진정한 화해를 해야죠. 이게 우리의 기본적인 외교 정책입니다."
"우리는 피해국, 오히려 일본이 한국인의 마음 헤아려야"
-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경축사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는데.
"이거는 망언이죠. 나라와 나라 사이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나도 입장이 절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과 일본에도 그렇고 한국과 중국도 마찬가지예요. 한국과 미국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자기 입장을 물러서야만 한다는 식으로는 일이 진행이 안 되죠.
한일 관계에서 한국은 과거 피해국고 일본이 가해국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동등한 위치가 아닙니다. 과거 피해국으로서 한국은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인데 일본이 오히려 부당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갈등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한국이 물러서는 게 아니고 일본이 무조건적으로 물러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그걸 요구하는 거고요. 그런 차원에서 한국은 일본인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피해국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일본이 한국인의 마음, 일본의 가해 행위로 인해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은 한국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한일 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좋은 방법이고 유일한 방법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근데 그 반대로 하고 있잖아요. 오히려 피해국 관리가 가해국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서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건 국가와 정부에게 국민이 지정한 임무를 정반대로 수행하는 겁니다. 국가적 차원의 배임 또는 배신입니다. 김태효 차장이 이런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해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구차하게 해명할 일이 아닙니다.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 우리나라가 일본을 경제적으로 앞선 거니까 사과 요구 필요 없고, 극일해야 한다는 것 같은데.
"경제 규모하고 과거사와 관련한 사과 문제하고는 연관성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잘살든 못살든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와 강제 강점 상황은 불법입니다. 그런 불법적인 행위를 일본이 한국에 한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피해를 본 겁니다. 한국 경제 규모가 일본의 2배, 3배가 돼도 상관이 없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이 경제 규모 얘기하고 자신감 얘기하는 건 잘못된 방향이죠."
- 언제까지 죽창가만 부를 수 없지 않냐는 건데.
"과거에 죽창가 부르면서 한일 관계 개선이 아니라 악화를 부추기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때 소규모 어리석은 사람들이 손톱만 한 정치적 이익 위해 반일 감정 조장한 사실을 두고, 진보 진영 전체 또는 우리 국민 전체가 죽창가를 수십 년 동안 불렀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황당한 과장법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갈등이 많고 타협이 안 되는 게 있을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건 그런 것대로 놔두면서 국가 간에 협력할 수 있는 건 협력하는 게 외교예요. 그런 차원에서 일본과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대립하는 것이고 그 부분은 대립하는 대로 관리를 하고, 경제적인 협력이나 사회적인 협력은, 인적 교류는 해야 된다는 거죠. 그거에 대해서 누가 반대를 합니까? 최근 북한에 핵무기 선제공격의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적 협력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그런 부분은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우리 입장을 철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