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출출해진 둘째가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다.
김은유
방학 기간 동안 파리 올림픽 경기를 보며 무더위를 잊을 만큼 즐거운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지인들이 병원 진료에 애를 먹는다고 들려오는 소식, 연일 울리는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알림 문자로 인해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폭염을 겨우 이길 힘마저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자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살랑거렸다. 하지만 지난한 여름의 후유증으로 인해 가을이 주는 혜택을 망각한 것처럼 가을 바람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저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봐야 비로소 이 후유증이 가실까?'하는 노파심마저 생긴다.
물가가 안정되고 소득이 좀 더 늘어난다면 1 년 후에 다시 찾아 올 여름이 올해보다는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 아픈 지인들이 병원에서 적당한 때 잘 치료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살 맛이 날 것 같다. 냉각되어버린 남한과 북한이 대화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더욱 신나게 미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응시할 때면 예전엔 떠오르는 '가을'스러운 노래가 있었는데 아직은 먼 곳에서 어렴풋하다. 파란 하늘을 유영하듯 가을 바람을 타고 윙윙 거리는 고추잠자리들이 나타날 때 즈음이면 들려올까? 폭염 지옥의 후유증이 푸른 하늘 저 편으로 사라지고 산들산들한 가을 노래를 흥얼거리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