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가을시골길에서 만난 대추가 익어간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영글어 가는 대추, 오래전의 추억을 기억해주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박희종
텔레비전에서 추석 전의 풍경이 전해진다. 재래시장의 모습이 나오고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소식이다. 사과 한 개에 얼마가 된다는 둥, 제사상을 차리려면 적어도 기십만 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무료라는 소식과 날씨는 어떠하다는 친절한 설명이다. 5일장에서 얻어 입었던 색색옷과 동네잔치는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려면 아내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해봐야 듣지도 않는 소리, 할 필요도 없다는 핀잔이다.
50여 년을 같이 한 친구, 추석 전에 묘소에서 가족들이 모인다. 간단히 술 한잔 따르고 식당으로 옮겨 식사를 한다. 전혀 부담 없고 효율적이었다. 번잡한 교통 지옥 속에 어렵게 만나 음식을 하고 어른을 찾아보는 추석은 변하고 있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신세대다운 추석절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은 변해도 뇌리 속 추억은 지울 수 없다. 내 부모가 그랬던 추석, 고집스레 지키고 싶은 추석의 그리움은 기억 속에만 남기기로 했다. 알밤이 툭하고 떨어지고, 붉은 홍시가 보고 싶은 세월은 가버리고 말았다.
홍동백서에 좌포우혜를 배웠던 사람, 하지만 이젠 그걸 고집할 수 없는 세월이다. 알밤을 찾는 아이도 없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송편을 추석에 또 먹어야 할 이유도 없다. 먹거리가 넘치고, 입을 거리가 가득한 세상이다.
차례상에 오른 과일이 아쉬울 리 없는 현실, 굳이 그리움 속의 추석을 고집할 수 없는 세월이다. 조상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생각해 보고, 효율적으로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나 홀로 오래 전의 추석을 고집하며 늙어 갈 수는 없는 현실이다. 젊은이와 어르신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추석절을 고민해 보게 되는 추석 즈음의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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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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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월 속 만난 추석, 홀로 늙어있진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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