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생도들과김 생도의 머리가 남자 생도들의 어깨 밑으로 내려와 있다.
김채린
웨스트 포인트의 커리큘럼은 지도자 양성 코스 같다. 취득 학점과 학습 분량도 너무 많다. 보통 오전 5시경 기상해서 첫 수업은 7시 반에 시작한다. 학기 중에는 공부와 의무적인 체육 활동을 하고 군사훈련은 여름방학 기간에 진행한다. 1학년 때는 집에 가는 외박이 두 번 허용된다. 꿈 같은 외박은 2학년 때 4번, 4학년 때 5번 식으로 찔끔찔끔 늘어난다. 웨스트 포인트는 학교 규율이 엄격하기로 이름이 나 있다.
"학교 슬로건은 Duty(임무), Honor(명예), Country(국가)입니다. '국가를 위해 명예롭게 임무 완수하자'는 뜻이라고 할까요. 1학년 때는 생활관에서 4학년 선배들 시중을 들어줘야 합니다. 수업 시간 외 학교생활에서 발언하려면 4학년 선배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1학년 때는 리더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Followership을 배우는 기간이라고 할까요. 커닝하면 정도에 따라 6개월에서 1년까지 유급을 당합니다. 커닝을 발견한 학생도 반드시 보고를 해야 하구요.
생활수칙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훔치지 않는다 입니다. 불시에 소변 검사도 받습니다. 마약을 하면 무조건 퇴교입니다. 규율을 어기면 주말에 학교 주차장에서 제복을 입고 무거운 박물관용 총을 들고 80~100시간 걸어야 합니다. 한 주에 못 채우면 주말에 과제도 못 하고 몇 주씩 주말 주차장 트래킹을 계속하지요. 시간을 빼앗는 고통스런 처벌입니다. 아무튼 함께 입학한 동기생 1200중 300명가량이 유급 또는 탈락하고 같이 졸업한 학생이 900명 정도입니다."
- 정보병과인데, 정보 전쟁은 어떤 전쟁을 말합니까.
"현대전은 Multi-Domain War(다중 영역 전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눈에 보이는 전쟁 뒤에서 눈에 안 보이는 정보전쟁을 합니다. 탱크와 보병이 돌진하는 전쟁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 도청, 위성정보 수집 등으로 정보를 빼내 드론으로 공격하고 미사일로 때리는 전쟁이지요. 정보 조작도 하구요. 정보 전쟁을 잘하는 국가가 전쟁에서 살아남습니다. 정보전쟁은 미군이 지상전보다 더 잘하는 우월적인 도구입니다."
- 파키스탄에서 미국이 탈레반 지도자에 대한 위치 정보를 수집해 지프를 타고 가는 탈레반을 드론으로 때려 사살한 적이 있는데요? 이런 것도 정보전쟁인가요.
"그렇죠. 온갖 정보 수단을 동원해서 탈레반 지도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알아냈던 거지요."
- 한미동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군의 기본 입장은 중국과 소련이 동맹국을 위협하는 적국이라는 겁니다. 더 이상 숨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은 지리적 요충지입니다. 미국도 자기 이익을 위해 한국을 지켜주는 겁니다. 동맹은 일방적 시혜가 아닙니다."
한국은 미군들에게 인기 있는 근무지가 되었다고 한다. 3~4개월짜리 로테이션 근무까지 포함하면 장성부터 일등병까지 70~80%가 한국 근무 경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