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인뉴스
재난 영화를 보면 늘 마지막 장면에서 재난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평범한 시민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3년 7월 여름, 폭우로 오송 지하차도에서 희생된 이들 대다수는 일하러 가던 노동자들이었다. 역대 기록을 갱신했다는 올 여름 폭염에 11명의 노동자가 온열지환으로 목숨을 잃었다(노동건강연대 '이달의 기업살인' 자료 참조).
건설 노동자, 택배 노동자, 농업 노동자, 폐기물 수거 노동자, 급식 노동자... 살아야 하기에 노동자들은 견디기 힘든 폭염과 폭우에도 일을 하며 생존과 생계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2019년 중앙정부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이어 2020년 6월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산업전환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시민들의 참여가 배제된 것처럼 기업의 산업전환 과정에도 노동자의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는 완전히 봉쇄돼 있다.
충북 영동에서 내연기관차 엔진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은 산업 전환을 추진 중임에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직결된 문제임에도 말이다.
청주와 오창에 소재한 엘지화학과 엘지에너지솔루션은 화학 사업을 줄이고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코로나19재난 시기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헌신했던 지방공공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정부와 충북도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위기도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 43%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단양의 주민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마을이 사라진다. 오송 참사 피해자들은 지자체로부터 제대로 된 치유와 회복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사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위한 지원 체계도 전무하다.
폭염·폭우·한파 등 이상기후와 기후재난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지방정부의 복지예산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고 기후위기와 재난을 대응하기 위한 기후예산은 아예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렇게 기후 위기는 일터에서의 위험으로, 산업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배제로, 기후위기가 가져온 펜데믹과 농사 피해로, 재난 참사에 대한 공적 책임과 대응의 부재로 노동자들을 이중 삼중의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기후위기로 몰아넣은 가장 큰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건 매우 익숙한 얘기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충북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64.8%가 산업의 책임이다(이는 발전 관련 데이터가 삭제된 것으로 실제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량에 비례해 온실가스 감축에 책임을 져야 할 기업은 산업전환을 빌미로 정부로부터 수십조 원을 지원받으며 돈을 벌고 있다. 반면 감축량은 미미하고 녹색과 친환경 홍보만 요란하다. 최대한 과감하고 신속하게 탄소를 감축해야하는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기업에게는 또 다른 기후위기가 이윤추구의 기회로 활용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