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얼마나 비용을 들이느냐가 정원품질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유신준
할배는 앞쪽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는 정원 작업의 시작이며 끝이다. 잘 다듬어 놓은 정원수들은 깔끔하게 청소된 바닥을 배경으로 서 있어야 비로소 빛이 난다. 정원 작업의 마무리는 청소에서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무리 청소에 정성을 들이려면 시간이 걸린다. 정성들인 시간만큼 결과가 섬세해지기 때문이다. 섬세함이 곧 품질인 거다. 섬세한 정성은 시간으로 환산된다. 시간은 돈이다.
결국 정원에 얼마나 비용을 들이느냐가 정원 품질을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아무리 정원사가 출중한 실력을 지녔더라도 그걸 제대로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고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건 여유로운 시간이다.
정해진 예산이 적으면 그럴 여유가 없다. 정원의 품질을 최종 결정하는 중요한 청소가 시간에 쫒겨 대충대충 끝나게 된다. 마무리가 잘못되면 작업 품질이 떨어져 버린다. 정원주도 그걸 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원 작업에 청소 클레임이 없다.
작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엔진이 꺼지고 서로 수고했다는 말로 고된 하루를 마무리한다. 자동차에서 내리자마자 사워부스로 직행해서 땀투성이 작업복을 벗어 던진다.
하루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면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선풍기 앞에 앉았을 때일 것이다. 작업 현장에는 한 점도 없던 바람이 한꺼번에 떼거리로 몰려온다. 인간의 기술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꿀맛같은 휴식. 이 맛에 고된 정원 작업을 계속하는 건지도 모른다.
삽목 배양실을 완성하다
한 달 걸러 한국을 오가고 있다. 지난 달에는 한국에 머물면서 중고 하우스 파이프를 얻어 작은 삽목 배양실을 완성했다. 조경사 자격 때문에 뒤로 밀린 삽목 작업을 다시 시작해 보려고 준비중이다. 조경사 자격을 따고 지난해 일본에 건너오게 된 계기가 삽목 공부를 시작하면서였다. 결국 돌고 돌아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된거다.
왜 다시 삽목을? 정원사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건너오니 할 일이 없었다. 일본은 정원 없는 집이 없지만 한국은 정원 있는 집이 드물다. 금수강산 천지가 정원이니 구태여 집안에 정원을 만들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정원 타령이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