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회수하는 도시락에 들어있었던 고객의 편지이다. 이런 편지는 자영업자를 춤추게한다
임경화
반면 우리 가게는 배달업체이지만 처음부터 대면이다. 남편이 고객 일터로 찾아가서 음식을 건넨다. 그러면서 오늘은 날씨가 덥다든지 요즘 사업은 어떤지 간단히 묻고 맛있게 드시라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도시락을 다시 회수 하러가면 고객의 말을 듣는다.
"사장님 오늘 고등어 너무 맛있었어요~"
"저는 생선을 잘 못는데 담엔 다른 반찬으로 주세요~."
그런 내용을 전달 받으면 나는 잘 숙지했다가 다음 주문에 즉시 반영한다. 우리 가게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하루에 한 가지 메뉴 도시락만 만든다. 그러나 나는 모두 다른 도시락을 싼다. 예를 들자면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도시락이다.
충전소나 주유소 직원들에겐 국을 하나씩 더 넣는다.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이라 국물을 좋아하신다. OO치과에는 수저, 젓가락을 넣지 않는다. 개인용을 쓰기 때문에. 생선을 싫어하는 고객은 제육볶음을 따로 만들어 넣어준다. 잡채를 좋아하는 고객한테 갈 때는 덤으로 더 챙겨준다. 생선가스의 경우 소스를 부먹 싫어하는 고객들에겐 소스를 따로 챙겨준다. 코다리강정의 빨간 소스를 좋아하는고객에는 비벼 드시라고 조금 더 부어준다.
이렇게 나는 도시락으로 고객과 대화하고 남편은 직접 말로 대화하다보니 서로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가게 주변 배달 음식점들은 이 벌점에 무척 민감하다. 얘기치 않은 상황으로 고객이 나쁜 생각으로 벌점테러(?)라도 한 날은 그날 일을 못할 정도로 아니 후유증이 심각한 걸 종종 본다.
왜 그래야만 할까? 우리도 가끔 실수를 한다. 한날 도시락을 찾으러 갔는데 고객이 "오늘 머리카락이 나왔어요" 하며 웃는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러면 남편은 도시락 값을 돌려준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실랑이가 벌어진다. 한사코 괜찮다는 고객과 주려는 남편. 그럴 땐 그냥 도시락값을 받고 대신 달달한 빵이나 과일을 사서 후식으로 드시라 건네고 오라고 내가 귀뜸을 해 줘서 그렇게 한다.
우리 가게는 벌점을 주고 싶어도 벌점을 줄 수가 없는 이상한 구조(?)다 보니 우리 방식대로 장사한다. 자영업을 17년간이나 해 온 우리만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좀 더 빨리, 좀 더 편하게 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불편하게 조금 더 찬찬히 한다. 그것을 고객들은 오히려 더 원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파는 건 점심 도시락이 아니라 '행복한만찬' 이라는 시간과 따뜻한 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