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알아야 할 역사, 충북도청사는 어떻게 지어졌나?

친일파 땅에 친일파가 돈을 내 지은 조선총독부 건물... 충북도, 자발적 도민 성금으로 지어진 것처럼 홍보

등록 2024.09.23 10:43수정 2024.09.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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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37년 완공된 충북도청사는 당시 친일파 민영은 소유 토지에, 중추원 참의까지 오른 또 다른 친일파 김원근이 1만5000원을 기부해 지어졌다.

1937년 완공된 충북도청사는 당시 친일파 민영은 소유 토지에, 중추원 참의까지 오른 또 다른 친일파 김원근이 1만5000원을 기부해 지어졌다. ⓒ 충북인뉴스


충청북도(도지사 김영환)가 '일제강점기 시절 도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지어진 도청사 건물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섰다.

'자발적인 성금'으로 지어졌다는 충북도청사. 과연 그럴까?

실상은 친일파의 땅에, 친일파와 일본인 등이 거금을 후원해 지은 조선총독부의 충북도청 건물이라는 점이다.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일제강점기 언론보도 자료를 살펴본 결과, 조선총독부는 1936년 현재 충북도청사 부지에 청사를 신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은(閔泳殷. 1870~1944)과의 협상에서 토지 가격에 이견을 보여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새롭게 물색된 토지는 당시 청주군 외덕리 부근 토지로 1만 평가량을 점찍었다.

그러던 중 민영은이 토지매매 가액을 양보했다. 1936년 5월 23일자 <동아일보> '충북도청 신축지 공설운동장으로 확정, 민씨, 다대한 희생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는 "지난 8일경 청주부호 민(민영은)씨의 특지로 매 평 3월 70원에 괘히 승낙을 받아 (도청사를) 시가공원으로 신축하기로 확정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부지가 확정된 조선총독부 충북도청사 신축은 1937년 10월 경 마무리된다. 당시 <동아일> 보도에 따르면 1937년 10월 17일 충북도청사 낙성식이 진행됐다.

조선총독부 중추원참의 지낸 2인방이 주도


조선총독부 중추원참의까지 지낸 민영은이 땅을 헐 값에 낸 가운데, 또 다른 중추원참의 출신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고액의 건립기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바로 김원근으로 현 청석학원 설립자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직속기구였던 친일반민족행위자진상조사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인물이다.

결정문에 기록된 그의 친일행적은 화려하다. 그는 1935년 12월 조선총독부 관선 도회의원 선출됐다. 1936년 1월에는 청주신사(淸州神社) 이전 및 건축비로 1500원을 기부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10월 14일 일본 상훈국 총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1937년 8월 일제에 비행기 '충북호' 헌납자금으로 5000원을 기부했다. 이는 1만 원을 헌금한 민영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당시 충북에 거주하는 일본인 갑부가 기부한 액수도 5000원이다.

1938년 1월 경부터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일본군의 무운장구'를 기원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1938년 8월 국민정신총동원 충청북도연맹이사를 맡았고, 1939년 9월 충청북도지원병후원회에 2000원을 기부했다.

1940년 8월에는 (대일본)제국재향군인회 청주분회 회관건축비로 2000원을 기부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4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로부터 조선총독부시정 30주년 기념 표창을 받았다.

1942년에는 조선인이 오를수 있는 최고직위 중 하나인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까지 올랐다.

일본 신사를 신축하거나 일제국주의 군인회 회관건축비로 거액을 기부했던 김원근은 조선총독부가 신축하는 충북도청사 건립에도 빠지지 않았다. 김원근은 1936년 6월 9일 충청북도청사 이전 신축후원회 실행위원을 맡았다. 1937년 9월에는 충청북도청사 신축비로 1만5000원을 기부했다. 김원근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로부터 '감수포장'을 받기도 했다.

민영은과 김영근 이외에도 여러 일본인과 당시 조선인 갑부들이 청사신축 후원금을 기부한 상황이다.

현재 충북도는 당시 건립비중 21만1000원 중 72%인 15만 원가 도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모아졌다고 홍보하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은과 김영근이 낸 땅과 후원금을 도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지위인 중추원 참의 까지 지낸 친일파들이 자발적으로 기꺼이 돈을 냈다하더라고 21세기 대한민국 충청북도가 자랑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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