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이다 1 -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 일공일삼 85, 김남중(지은이), 강전희(그림)
비룡소
주인공 태풍이는 여수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살았다. 태어나서 백 리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그러나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바다를 꿈꾸기 시작한다. 태풍이는 아버지가 살아있다고 믿었다. 그러니 아버지를 찾아 나서야 했다. 하멜이 살아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도 끝없이 탈출을 꿈꾸었던 것처럼 아버지도 어딘가에 살아서 자신을 만나게 되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몰락해 가는 가정을 보며 '모험'을 결정하는 태풍이의 모습은 폐쇄적이고, 운명적인 조선 사회를 깨부수는 폭풍과 같은 사건이었다. 태풍이는 삶은 독자에게 그저 땀을 식혀주는 가벼운 산들바람이 아니라 바다를 따라 드넓은 세계로 몰아치는 태풍의 씨앗이었다.
<나는 바람이다>의 1권은 슬픔, 가난, 운명, 그 어느 것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한 현실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태풍이는 이름 그대로 바람이다. 조선을 탈출하여 나가사키로 향하는 하멜 일행의 배에 기꺼이 올라타 알지 못하는 세계로 휘몰아쳐 간다.
<나는 바람이다>는 총 11권 5부로 구성된 소설이다. 1부는 조선을 떠나는 태풍이를 2부는 꿈에 그리던 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3부는 아버지와 다시 헤어져 하멜 일행과 네델란드로 가게 되는 이야기, 4부는 쿠바를 거쳐 멕시코까지 가게 된 이야기, 5부는 드디어 아버지를 만나 조선으로 돌아가게 되는 태풍이를 볼 수 있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태풍이는 죽을 고비도 몇 차례 넘기며 갖은 고생을 한다.
그러나 어려울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태풍이를 보며 어린 독자들은 의지를 배우고 꿈을 키우게 된다. 태풍이의 길을 함께 따라가는 어른 독자들은 잘못된 관행을 만나고, 부당한 정부를 만나고, 제국주의의 야욕을 만나며, 욕심으로 가득한 부끄러운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태풍이 때문에 가슴 아프고, 태풍이 덕분에 설레며, 태풍이로 인해 아이건 어른이건 독자들은 모두 희망을 놓지 않는 이의 용기와 꿈을 볼 수 있게 된다. 독자들에게 태풍이는 몰아치는 바람이며, 꿈꾸는 바람이 된다.
포기하지 않는 자들의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