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사업 진안군 주천면 주민설명회진안군 주천면 행정복지센터 강당에서 송전선로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예상보다 많은 주민이 참석해 주민들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규홍
9월 24일 진안군 주천면 행정복지센터 강당에서 34만 5000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 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자신들에게 닥쳐올 위기를 감지하기 위해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주민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한국전력(한전)의 설명을 들은 주민들은 한전 측의 설명이 형식적이었고 주민들의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전은 2023년 3월에 시작해 8월까지 '주민 주도형 입지 선정 용역'이라는 걸 실시했다. 그리고 5차례에 걸쳐 입지 선정 위원회를 열어 2023년 12월에 '최적 경과 대역'을 결정했다. 먼저 여기서 드는 의문. '주민 주도형'이라고 했는데 그 주민은 어느 주민을 말하는 건가? 정작 '최적 경과 대역'에 들어간 진안군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는데 말이다. 군에서 선정한 진안군 주민 대표 3명을 말하는 건가? 군수와 의원들은 분명히 3명의 주민 대표와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을 텐데 최적 경과 대역 결정 사실은커녕 송전선로 건설 자체를 주민들은 1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몰랐다.
진안군의 대응책을 설명하던 담당 공무원도 주민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하지 못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정책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 기간 내부 논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 미리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송전선로가 지나고 송전탑이 주민들의 생활 공간에 세워지는 건 다른 문제다. 이 문제는 군수나 의회가 발생시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처음부터 모든 진행 과정을 공개하고 직접 피해를 당할 군민의 뜻을 물어야 했다. 애초에 군민을 무시한 행태라고 밖엔 볼 수 없다.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진안군 의회를 대변한 동창옥 군의회 의장은 "중부발전과 군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알고는 있지만 최종노선이 확정되지 않아 의회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부발전으로부터 송전선로가 마을을 지나지 않고 산의 7~8부 능선을 지나가기 때문에 마을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들었다고 했다. 최종 경로가 정해지고 나면 의견을 밝힌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송전선이 지방의 산과 들을 지나 수도권으로 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국가에서 송전선로를 필요로 하는데 우리 마을로 안 지나가고 주민들 피해 없고 그러면 그것까지 우리가 막을 수는 없는 거다. 지난번에 의회 와서 (실무자들이) 다 보고했다. 그래서 우리도 좋다, 그럼 그렇게 가면 좋고 반드시 마을에서 시각적으로 안 보이게 가야 한다고 나도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
동창옥 의원의 말이 맞다. 나라에서 하는 일을 사람 수도 얼마 되지 않는 일개 군에서 어떻게 막을 것인가. 온 나라의 시민단체가 달라붙어 싸웠던 밀양에서도 못 막았는데.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 지역은 군민이 어떤 피해를 보든 말든 모두 손 놓고 국가가 하는 일에 박수나 쳐주면 된다. 한전과 국가로부터 무한 사랑받을 진안군 만세다.
송전선로 건설을 위한 진안군 대표 입지선정위원이 어떻게 선정됐는지, 입지 선정을 위한 회의는 어떻게 진행되었고 송전선의 최종 경과 대역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진안군도 한전도 과정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알 필요도 없다. 어차피 법이 정해놓은 형식을 채우기 위해 한전의 전문가들이 얼마나 공들여 기술적으로 일처리를 했을 것인가. 이 과정에 위법의 자국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책임 질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다만 최적 경과 대역이 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과 산으로 지나야 하고 우리는 손 놓고 그것을 바라봐야 하는지 주민들은 화가 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