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상담사 수험서직업 상담사 2급 필기 및 실기 참고서
최승우
지난 3월이었다. 특별한 동기나 유용성과 무관하게 주변 사람을 따라 '직업 상담사 2급' 시험에 도전했다. 사람의 사회적 행위는 그 행위를 이끄는 동기가 있기 마련인데 아무런 동기 없이 '그냥' 시험을 보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
시험 준비를 위해 산 책은 다섯 개의 시험 과목과 예상 기출 문제가 합본된 것으로 분량이 천 페이지 가까이 됐다. 까짓것 상담 심리 1급 자격증을 가진 교사로서 공부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이라고 시작한 자격증 시험공부는 책 분량만큼 일상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책을 여러 번 읽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에 3시간 이상의 공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 소소한 글쓰기와 독서, 동아리 모임을 잠시 접기로 했다.
심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믿고 시작한 공부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한 페이지를 마치고 다음 장을 넘기면 이전의 학습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단기 기억 상실증이 반복되었다.
과거에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했던 '공부도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이 '체험 삶의 현장'으로 다가왔다. 프로이트, 에릭슨, 반두라 등 수많은 학자의 다양한 이론, 각종 노동 법규, 경제 등 알아야 할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괜히 자격 시험을 본다고 해서 무슨 고생이냐?"라는 마음이 수시로 고개를 내민다. 꼭꼭 숨겨둔 불편한 진실을 아내는 너무 잘 알아낸다. "힘들면 그만해. 무슨 도움이 된다고 자격증 시험을 봐"라며 만류한다. "그러게. 괜히 시작해서, 그렇지만 끝은 봐야지!"라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대꾸한다.
수시로 꺼내보기 쉽도록 중요 내용을 정리하면서도 "괜한 일 아니야! 시간 없는데"라고 되뇐다. 시내버스를 타거나 여행 중에도 핵심 노트를 간간이 떠들어 본다. 여전히 '공부도 때가 있는데….'가 자꾸 스치듯 지나간다.
3개월의 가열찬 공부를 확인하는 날! 1차 필기시험 장소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하나라도 더 알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교재를 보고 있다. 시험실 입실! 시험 좌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은퇴 5년 차인 나보다 나이 든 사람도 보였다.
시험 시작! 과목당 20문제, 시험 시간 150분으로 답안을 작성이 끝나면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 첫 문제를 푼다. 전혀 풀어보지 않은 문제가 연이어 나온다. "이번 시험은 틀렸네.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행히 아는 문제가 계속 이어진다.
급기야 계산 문제는 귀찮아서 패스! 간이 배 밖에 나왔다. 그런데 왠지 시험에 합격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시험 시작 30분이 지나자, 한둘씩 시험장을 나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나도 조바심을 뒤로 하고 한 시간 만에 답안을 제출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곧바로 뜨는 점수는 82점, 합격이다. 모니터에는 점수의 오류 가능성과 최종 점수는 합격자 발표일에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큰 이상 없이 1차 시험에 합격했다. 2차 실기 시험은 객관식처럼 찍을 수도 없는 전부 주관식이다.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약 2개월, 망각과 기억의 술래잡기 2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