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녹색당 여름 행사에 초대된 카스테트 총리 후보(중앙)와 톤들리에 대표(초록색)“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하고 싶습니다.” 카스테트 전 총리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성과 결혼했으며, 2살 반이 된 아이의 어머니라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카스테트를 총리로 임명한다면, 카스테트는 가브리엘 아탈에 이어 총리직을 맡은 두 번째 공개 성소수자 총리가 될 수 있었다. (출처: 프랑스 녹색당 페이스북)
프랑스녹색당(EELV)
한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은 "신인민전선의 총리가 집권하면, 그들은 내가 했던 연금 개혁을 폐지하고, 월 순 최저임금을 현행 1400유로에서 1600유로로 인상할 것이며, 결국 금융 시장은 패닉에 빠지고 프랑스는 급락할 것이다"고 했다.
지난 8월 말 마크롱 대통령은 제도적 안정에 위협이 된다며 제1야당이 제안한 총리 후보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그리고 9월 초, 총선 두 달 만에 공화당 소속 73세 보수 정치인 미셸 바르니에(Michel Barnier)를 총리로 임명했다. 바르니에는 평소에도 프랑스 재정 적자 문제가 심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세를 하겠다고 여러 번 이야기해 왔다. 동성혼을 반대하고 임신중지권도 반대한 인물이다.
한편, 총리 임명을 강행한 마크롱과 르펜 사이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르펜은 "나는 마크롱의 인사 관리자가 아니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국정 운영의 훼방꾼이 되고 싶지 않다"라며 신인민전선과는 다르게 즉각적인 내각 불신임에 대해서는 반대했고, "바르니에 총리는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해 우리 당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최근 몇 년간 바르니에는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과 이민자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총리로 임명된 지 2주 후, 바르니에 총리는 39명의 장·차관 리스트를 마크롱에게 제출했다. 7명의 마크롱주의자(macronist)와 3명의 공화당 출신이 포함된 주요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리스트였다. 지난 9월 21일 바르니에는 정부 구성을 발표하며 새 내각을 출범했다. 내년 예산안 작업을 담당할 경제재정부산업부 장관으로 르네상스 소속의 33세 앙투안 아르망(Antoine Armand)이 임명됐다. 그는 2017년 마크롱의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가 2022년 총선에서 초선으로 당선된 후 올해 총선에서 재선된 바 있다.
신인민전선은 총리 후보가 거부된 지난 8월 말부터 매주 주말 반 마크롱 시위를 주도하며, 대통령 탄핵 카드를 내놓고 있다. 바르니에 내각이 발표되자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멜랑숑 대표는 "합법적이지도, 미래도 없는 정부를 가능한 빨리 정리하자"고 호소했다. 녹색당 톤들리에 대표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식민주의가 의심되는 자가 내무부 장관이 되었다. 바다도, 숲도, 집도 얘기하지 않는 생태를 모르는 자가 환경부 장관이 됐다"며 새 내각을 비판했다.
톤들리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비극이다. 이 정부와 시간 낭비를 멈추고 다음 정부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총리와 내각 불신임, 대통령 탄핵 등 제1여당인 신인민전선이 추진하려는 것도 국민연합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뜨거웠던 여름이 끝났다. 2012년 단 2석이었던 국민연합이 12년 후 126석이 되었다는 사실(*EXD 소속 에디 카스테르만(Eddy Casterman)이 당선 이후 RN으로 당을 옮겨 RN 의석이 총 125석 에서 1석 늘어남)은 여름밤의 악몽이길 바라나 말 그대로 현실이다. "국민연합을 공화전선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아르망 신임 경제재정부 장관의 상식적인 말에 모욕을 느낀다고 논평을 내는 국민연합, 그런 국민연합의 눈치를 보며 장관을 나무라고 르펜에 전화를 걸어 안심을 시키는 바르니에 총리, 바르니에와 비례대표제를 두고 딜을 하고 르펜. 극우와 동거하는 프랑스 정치가 나아갈 길 중 어느 하나 쉬운 길이 없다. 거기다 기후위기로 가을이 없어지고 어둡고 축축하고 긴 유럽의 겨울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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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키워드로 독일에 사는 한국 녹색당원들과 만든 <움벨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사회 부문 기고, 번역, 리서치 일을 하고 있다. 2024년 7월 한국에서 설립된 <녹색정치연구소>에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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