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김영서 사무국장이 30년 동안 모은 예산문학관련 자료가 3000권에 달한다.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소명의식에 시작한 일이다. 문학관을 통해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이게 무산되면서 대신 ‘찾아가는 예산문학관’을 순회전시 중이다.
<무한정보> 황동환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김영서(61) 사무국장이 지난 30년 동안 홀로 예산지역의 각종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일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직접 수집하고, 기증받은 예산 출신 작가들의 작품과 문학동인지 등의 자료를 이웃과 공유하기 위해 '찾아가는 예산문학관'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부터 오는 10월 중순까지 예산해봄센터 로비에서 1차 전시한 뒤 장소를 이음창작소로 옮겨 10월 26일~10월 30일 2차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문득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음'에 빗대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큰 결례인 줄 알지만, 대학 졸업 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오랜 시간 홀로 묵묵히 자료들을 수집했을 김 사무국장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언젠가 그가 우리 곁에 없을 경우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료 수집 배경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 공감은 해도 마땅히 나설 사람이 없어 개인적으로 준비했다. 내 돈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야하는 일이다. 내용이 충실하면 형식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다"며 "대학 졸업 뒤 옛 군청 자리 앞에서 '밥과 희망'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모으기 시작한 자료가 현재 3000여권이 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당초 군내 한 카페 공간을 빌려 문학관을 개관할 계획이었다. 예산시인협회가 문학관 설립에 동참했고, 문학관 고유번호증도 받아놨다. 하지만 이게 여러 이유로 무산되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순회전시다.
김 사무국장은 "한 사람의 문학은 그의 영혼의 집이다. 그가 이룬 문학적 성취를 한 곳(문학관)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문학관 개관을 위해 기증받은 도서들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창고로 들어가는 것은 기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문학관에서 제 자리를 찾아야할 책들이 현재 이음창작소 수장고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전국적으로 문학관이 100여곳이 넘지만 예산군엔 없다.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보니 예산지역의 모든 문학 자료가 망라돼 있다. 자료들의 역사성과 문화적, 문학적 가치를 봐야하는데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예산에서 방영웅 문학관, 성기조 문학관, 이종상 미술관 등을 추진하려다 실패한 이유는 경제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했다.
전시장에는 탁마독서회, 무의문학회, 명인문학회, 글터문학회, 예산문학회, 예솔회, 비무장지대, 가야문학회, 시샘 등 1980년대 이후 예산군에서 활동했던 문학단체 동인지들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방영웅 작가를 선정해 특별전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방 작가 대표작 <분례기>의 경우 시중에 없어 구할 수 없는 초판본(홍익출판사)과 창작과비평사 판에서부터 가장 최근 복간본까지 시대별 발간본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 사무국장은 "방 작가가 발표한 70편 작품 가운데 60편 이상을 수집했다. 나머지 작품들을 찾기 위해 수소문 중이다. 곧 100% 수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9월 27일 기준, "방 작가의 단행본과 그의 단편들을 수록한 문학작품집 등 25권을 수집했다"고 기뻐했다.
이번 방영웅 작가 특별전이 끝난 뒤 우제봉·신석근 작가부터 시작해 현존 작가들의 작가별 작품을 구입·전시 계획도 밝혔다. 현재 작가별 전체 작품을 확보한 작가는 진명희 시인과 김영서 시인 2명이다.
그는 "한동안 '찾아가는 예산문학관'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예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한 분 한 분을 찾아 기록할 생각이다"라며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문학관 개관을 위해 어떠한 외부 지원도 받지 않고 사비를 들여 문학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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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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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혼자 한 지역 문학자료 모은 사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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