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8일 서울 종로구 사무소에서 '안전한 전세 만들기, 전세 개혁 방안 발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제까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야 할까? 보증금 내려고 은행에서 받은 전세대출은 세입자를 거치지도 않고 곧바로 집주인에게 갔는데, 왜 나중에 전세대출을 갚아야 하는 건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여야 할까?
이런 답답함을 덜기 위해 전셋값을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60~70%)을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전세대출의 이자는 기존처럼 세입자가 내되, 원금은 집주인이 상환하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전세·준전세 보증금 전체 규모는 총 1058조 원(2022년 기준, 한국경제연구원 추정), 전체 전세대출 잔액은 162조 원(2023년 6월 기준, 금융감독원)에 달한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도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전세 만들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가 되면서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돼 지금까지 총 2만 2000여 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사후 피해 구제에만 머물러 있을 뿐 전세사기 자체를 없앨 제도 개선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세가, 집값의 60~70% 넘지 않게 상한선 둬야"
"과거와 달리 전세대출과 그와 관련된 보증이 전세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그렇게 전세가가 오르면 집값이 오르고, 그러면 다시 또 전세가가 오르는 악순환을 겪는다. 그러다 주택 경기 변동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전셋값도 하락하는데, 이는 단순히 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로 연결된다." -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시민단체들은 먼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정부기관의 과도한 전세보증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확대된 정부기관의 전세보증이, 은행 등 대출기관들로 하여금 '도덕적 해이'를 불러 위험 부담 없이 마구 전세대출을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주택보증공사(HUG)가 전세금 반환요청을 받아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2019년 2836억 원에서 2023년 3조 5540억 원으로 급증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구매의 금융화를 넘어, 주택 임대에 있어서도 금융이 크게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전세사기 문제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과거 1990년에도 전셋값이 급등해 사회 문제가 되자 금융기관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시작했다가, 대출이 지나치게 급증하자 몇 개월 후 대출 기준을 크게 높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은 전세가가 주택가격의 60~7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전세가율 상한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현재 다가구 주택이나 빌라에선 전세가가 집값과 거의 유사하게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집값이 떨어질 때 전세보증금보다도 낮아져 깡통전세나 역전세가 되는 문제가 있다"라며 "임대차계약 당시 전세가율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외국의 경우 대부분 보증금 규모가 3~4개월 치의 월세 수준"이라며 "최근엔 전세보증금 중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세에도 주택 거래 때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처럼 부채비율 상한제도를 두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세대출 원금, 세입자 아닌 집주인이 갚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