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형 수레에 사용되었던 덴구의 두상야사카 신사 경내의 박물관에서 관람가능하다
정효정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주의보가 발령되었을 때, 일본인 지인들과 지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지진은 어쩔 수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지진 대비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외국인 대상 하숙집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지진 시 대처 방법을 인쇄해 입주 외국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피소나 대처 방법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유선 연락망'도 마련해 두었다고 했다. 그녀는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
물과 부탄가스 그리고 다량의 현금을 준비해 두었다는 지인도 있었다. 지진이 오면 물과 가스가 끊기는 것은 물론, 정전 때문에 신용카드나 간편 결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지진은 단순히 땅이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 기반이 무너지는 현상이리라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언젠가는 지진이 온다는 현실 앞에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방법은 모든 상황에 대비한 준비뿐이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일본 지진이 대체 한국에 뭐가 중요하냐'며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본에 대한 재난 뉴스가 나오면 어김없이 "꼴 좋다", "천벌 받았다"란 식의 악플들이 달린다. 일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재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상대가 나쁘기 때문에 재난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재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자기 보호일 뿐이다.
당장 이웃 나라에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명하다. 특히 일본과 인접한 동해와 남해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의 재난을 천벌이라며 비아냥거리기보다, 바로 이웃한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어차피 우리에게 재난을 막을 힘은 없다. 단지, 재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는 힘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인간의 기적은 서로 힘을 합칠 때 비로소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
1. 도쿄에서 사와라에 가는 법
도쿄 야에스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약 1시간 30분 소요, 가격 1,900엔)
도쿄역에서 나리타 방향의 소부선을 타고 갈 수 있다. (약 2시간 소요, 가격 1,694엔)
2. 카토리 신궁 (香取神宮)
기원전 643년에 세워졌다는 전국 카토리 신사의 총본산으로, 일본의 건국 신화와 관련된 군신 후츠누시를 모시고 있다. 가시마 신궁, 이키스 신사와 함께 동국 3사로 불리며, 지진을 일으키는 큰 메기의 꼬리를 누르고 있다는 요석으로 유명하다.
【주소】 千葉県香取市香取1697-1
【개관시간】 8:30〜17:00
【가는 법】 사와라 역에서 자동차로 10분
3. 이노우 타다타카 고택 (伊能忠敬旧宅)
일본 최초의 전국 실측지도를 만든 이노우 타다타카의 고택을 방문할 수 있다. 고택 바로 건너편의박물관에서는 당시 사용되었던 기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노 다다타카에 대해 궁금하다면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다니구치 지로의 단편 <에도 산책>을 추천한다. 이 작품은 이노 다다타카를 주인공으로 한다.
【주소】 千葉県香取市佐原イ1900-1
【개관시간】 09:00-16:30
【가는 법】 사와라 역에서 도보 약 15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방송작가, 여행작가. 저서 <당신에게 실크로드>, <남자찾아 산티아고>, 사진집 <다큐멘터리 新 실크로드 Ⅰ,Ⅱ>
"달라도 괜찮아요. 서로의 마음만 이해할 수 있다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