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자료사진)
윤종은
지난달 5일 비공개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항소심 공판(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장 문주형 부장판사)에 국정원 블랙요원 김아무개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019년 2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협조자 관계를 끊게 된 과정을 직접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김씨의 증언 내용을 확보했다. 김씨는 "안부수가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 브로커가 됐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는 수십년간 북한 관련 일을 해온 베테랑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터지기 전 안부수 회장을 관리해온 인물이다. 그는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법정에 제출된, 2019년 2월 1일 작성된 2급 비밀 문건 '○○96○○ 종결 계획'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 문건에서 '○○96○○'은 안 회장을 지칭하고, '종결'이란 국정원과 협조자 또는 정보원 관계를 끊는다는 뜻이다.
김씨는 법정에서 이 비밀 문건을 만든 까닭을 이렇게 증언했다.
"2018년 12월부터 징후가 좋지 않다고 나름대로 판단했다. 계속 지켜보던 차에 대북사업 시장이 그렇게 넓지 않은데 (2019년) 1월 중순 쌍방울 측에서 누구도 영입하고 누구도 영입해서 주가를 띄운다는 이야기를 쌍방울 관계자가 어느 누구한테 한 바 있다. 그것을 제가 듣고 계속 주시하던 차에 실제로 1월 중순경 나노스(쌍방울 자회사)의 주가가 40%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래서 바로 종결을 취하게 된 상황이다."
국정원 요원 김씨는 "쌍방울은 이미 그러한 전력(주가조작)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쌍방울이 관여하는 것을 굉장히 배제했다"면서 "(그런데도 안 회장은) 2018년 12월 중순경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대동해 방중한 사실을 감췄다. '쌍방울을 배제해 달라, 쌍방울이 같이 있으면 당신과 나, 일하기 힘들다'고 수차례 이야기 했음에도 내게 '쌍방울에서 각종 후원금 같은 것이 들어오는데 쌍방울을 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종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안 회장과 주가부양 내지 조작 의혹이 있는 쌍방울그룹 사이의 불투명한 유착이 국정원이 안 회장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실제 김씨가 해당 문건을 작성하기 2주 전인 2019년 1월 17일, 쌍방울그룹은 중국 심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대북 사업 협약을 체결한다. 안 회장은 이로부터 엿새 뒤인 2019년 1월 24일에 나노스 이사로 취임한다.
검찰과 다른, 쌍방울이 북한에 800만 달러를 건넨 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