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힘겨루기' 대회 언제까지 할 것인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 "지금은 인간과 동물이 공생할 수 있는 문화 고민해야 할 시대"

등록 2024.10.23 09:26수정 2024.10.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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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경기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버티는 소 두 마리, 소들이 등장하자 경기장에는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가 퍼지고, 사회자의 박수 유도가 이어지자 관람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다.
진주 전국민속소싸움대회 진주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연간 30회 이상 소힘겨루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진주 전국민속소싸움대회진주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연간 30회 이상 소힘겨루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진주시

커다란 소의 등에는 '토르', '비창' '깡패' 등 소 주인이 붙인 이름이 검정색 락카로 크게 쓰여 있고, 머리 중앙에는 날카로운 뿔이 제각각 모양으로 자리 잡았다.

중량별로 '백두', '한강', '태백'으로 나눠 경기를 치르도록 하며 추첨을 통해 겨룰 상대 소를 뽑게 되는 경기, 이것이 바로 '소 힘겨루기'(소싸움)이다.

지난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진주 소 힘겨루기 협회'는 5일간 판문동 상설 소싸움 경기장에서 '제128회 진주 전국 민속 소 힘겨루기 대회'를 개최했다.

진주시는 올해 10월 유등축제에도 전국소힘겨루기 대회를 5일간 개최했다. 모래판 위에서 뿔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가 바로 소 힘겨루이다.
진주시는 올해 10월 유등축제에도 전국소힘겨루기 대회를 5일간 개최했다.모래판 위에서 뿔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가 바로 소 힘겨루이다.박보현

진주 소 힘겨루기 협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167두의 소가 경기에 참여했으며, 대회 결과는 백두급(801kg 이상)에서는 진주의 '청산'이 우승하였고, 한강급(701~800kg)에서는 청도의 '화랑이', 태백급(600~700kg)에서는 의령의 '불산'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경기장에서는 관람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초청가수 빈예서를 비롯해 지역 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열렸고 황금송아지, 세탁기 등 다양한 경품 추첨과 다채로운 행사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비창이(소 이름)의 노련미가 돋보입니다. 비창이의 무기인 뿔치기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입담 좋은 해설사가 나서서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소 싸움 상황을 중계하기도 한다.


소 싸움의 경기 시간은 짧게는 5분 내에, 길게는 20분을 넘긴다.

모든 소가 상처 입는 소 싸움


소 싸움에는 들치기, 머리치기, 목치기 등 화려한 기술이 많다고 하지만 이번 경기에 참가한 소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그 특유의 우직함으로 버티는 것 외에 달리 공격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끝이 뽀족한 소의 뿔은 상당히 위협적이기에 맞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뿔에 찔린 상처가 상대 소의 이마에 깊게 파이고 만다.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를 바라보는 주인의 안타까운 마음도 더해져간다. 소가 이겨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소가 위험한 순간에 처하기를 바라는 주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소싸움 대회에서 부상당한 소들 승패와 상관없이 소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
소싸움 대회에서 부상당한 소들승패와 상관없이 소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박보현

진주시 민속소싸움경기 운영조례(2018.10.11 조례 제1404호) 제11조(싸움소의 보호) 조항에는 "싸움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응급약품을 구비하여야 한다. 다만, 전국대회 기간 중에는 수의사를 배치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수의사 등 동물 보호를 전담하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경기를 마친 모든 소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경기를 마친 소들은 주인의 손에 이끌려 무대 밖으로 나오자마자 곧장 수돗가로 향했다. 주인은 재빠르게 뿔에 짓눌린 상처 부위를 씻기고 미리 준비해 온 이발기로 털을 밀어낸 후 소독약을 바르는 등 응급 조치를 취했다.

산청에서 왔다는 김씨는 "60년 넘게 소를 키우고 있으며 어린시절부터 소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았다"며 소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송아지를 키우다 보면 어릴 때부터 유난히 호전적인 성향을 보이는 개체들이 있는데, 이런 소를 싸움소로 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진주 소싸움의 캐릭터는 맹우(猛牛)다. 맹우는 일제강점기에 성행했던 진주 소싸움에서 명성을 날린 싸움소의 이름이다. 당시 소싸움을 하던 중 뿔이 빠지는 극한 상황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전설적인 싸움소라고 한다. 맹우의 힘찬 모습과 함께 우리민족의 얼이 담긴 흰옷을 입혀 외침에 항거한 백의민족임을 강조했다(진주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진주시 소싸움 대회에 연간 5억여 원 예산 지원

단디뉴스 취재 결과, 진주시는 해마다 3월부터 9월 상설 소싸움 대회를 연간 30회 이상 개최하고 있으며 3억 19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 매년 10월 개최되는 '전국 소 힘겨루기 대회'에는 2억 2580만 원(도비 1500만 원 포함)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 주인들은 전국 각지(진주, 청도, 의령, 대구, 창녕, 창원, 합천, 산청 , 함안, 김해, 완주 등)에서 소 힘겨루기(소싸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진주를 찾아온다고 했다. "반드시 우승이 목표는 아니지만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솔직히 있다"며 "또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그 소는 자연스럽게 몸값도 올라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휴식을 더 취해야 할 소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면서도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소 싸움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싸움소를 트럭에 태워 먼길을 길을 나서게 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정읍시, 완주군, 김해시, 함안군 , 지자체 차원 전국소힘겨루기 대회 중단

채식평화연대 공문 회신 청도군은 2025년 소싸움대회에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채식평화연대 공문 회신청도군은 2025년 소싸움대회에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채식평화연대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명시하고 있지만, 소싸움을 비롯한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그러나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들이 '동물 학대' 논란을 이유로 예산을 미편성 하는 등 '소힘겨루기'(소싸움)를 중단했다고 한다.

2023년에는 정읍시와 완주군이, 2024년에는 김해시와 함안군까지 4곳이 예산안을 미편성했으며, 경북 청도군도 '동물학대' 논란을 이유로 지자체 차원에서 2025년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채식평화연대가 발신한 공문 '2025년 소싸움 대회 미편성 요청 건'에 대한 회신으로 지난 10월 15일 "청도군은 2025년 소싸움대회 예산을 미편성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도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소싸움이 동물학대라는 의견으로) 민원이 제기되고 하니 동물 복지, 동물 보호 측면에서 비판 여론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소싸움 대회를 유지하는 지자체는 경남 4곳(창원광역시, 진주시, 창녕군, 의령군), 충북 1곳(보은군)이다.

원연희 채식평화연대 대표는 "오래전 농경 사회에서 한 소싸움과 지금의 소싸움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화다. 농경사회에서는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된 뒤 마을을 대표하는 소들이 나와 힘을 겨루며 공동체의 화합을 다졌지만, 지금은 개인이 소유한 소를 가지고 힘 겨루기 시합을 하고, 상금을 타가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인간과 동물이 공생할 수 있는 문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하며 "현재 싸움소를 키우는 농가와 업계 종사자의 생계를 고려해, 동물보호법 10조의 소싸움 예외 조항에 일몰제를 적용할 것"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소싸움 #소힘겨루기대회 #동물학대 #세금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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