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 여신 라마의 비.
전대호
라마 여신은 '중재의 신'으로서, 두 팔을 들어 위계가 더 높은 신에게 남성(주로 왕이었다고 함)을 데려가는 역할이었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전시회에선 신(神)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 볼 수가 없었다. '신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숭배하였던 신들은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염원을 이루어주는 역할보다는 무섭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보인다. 그들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신들을 숭배하였으나 신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장인이 만든 그릇이나 신성에 압도된 남성을 새긴 봉헌용 상을 바쳐야 비로소 신이 그들을 보호해 준다고 믿는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관계였던 것이고, 비즈니스적 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
신에 관한 내용은 메소포타미아 전시장과 같은 층에서 열리고 있는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회(오는 2027년 5월 30일까지 전시)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들의 신들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숭배하였던 잡다한 신들과 비교하였을 때 꽤 대중적인 신들이다.
메소포타미아인들과 그리스·로마 사람들의 신에 대한 관점 및 접근 방식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신화를 통하여 인간의 세계를 해석하려고 하였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마주칠 법한 문제의 해답을 '신화' 안에서 찾고자 하였다.
태초의 카오스 이후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가 태어난 이래 줄줄이 신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신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였고, 최고 권력에 대한 신들의 투쟁이 벌어졌다. 다툼 끝에는 제우스가 최고 권좌에 앉게 되었다.
이렇게 권력에 대한 세력 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리스·로마 신들에게서 인간 세상의 향이 물씬 풍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들의 분노와 다툼 등을 통하여 고대 그리스인들은 물리적 세계와 사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의 신은 고유의 이름을 가진 하나의 인격이었으며, 각자마다 관장하는 영역이 있었다.
'사랑'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에로스'라는 하나의 의인화된 신격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각자 신들마다 가진 영역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로마는 본래 자신들만의 신들이 존재하였으나, 그리스 문화가 유입되면서 의인화된 신격을 지닌 그리스의 신들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로마가 자신들만의 신을 고집하지 않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수용하였기에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묶어 보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세상 속에서 꽃이 피고 지며, 낮과 밤이 찾아오는 등 세상의 모든 현상은 그들 하나하나를 관장하는 신들의 역할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신과 인간은 서로가 가지고 싶은 것을 주고받는 관계였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단순히 신의 가호를 받기 위해 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예물을 바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인간적인 고통이나 고민을 그리스·로마의 신에게 하소연하며 이를 극복하고 해결해 달라고 빌며 제물을 바치면, 신이 호의를 베풀고 다시 인간은 그 뜻에 감사하며 제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