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각 지역별로 장흥 이청준 생가, 김현구 시인의 시비, 목포문학관, 해남 김남주 추모제가 열리며 문학로드 구축에 활발한 상황.
완도신문
우리 지역에서도 한강 작가와 관련성을 짓자면 그가 읽은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강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우리 지역 평일도 출신 임철우 작가의 <아버지의 땅>을 읽고 난 후부터라고 한다. 소안면 당사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 역시 임철우 작가의 소설 원작을 토대로 영화 제작했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가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한강 작가의 마음을 울렸던 다섯 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그에게 타협 없이 소설을 써낼 수 있는 용기를 줬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작품 <어느 시인의 죽음>은 음악과 작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한강 작가는 큰 위로를 받았고, 2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담은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는 마치 혼자서 성냥불을 켜고 있는 느낌의 기록들이 한강 작가의 마음을 울렸다.
완도 평일도 출신 임철우 작가의 <아버지의 땅>은 한강 작가가 처음으로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책이며, 케테 콜비치의 <판화와 자화상>은 판화가 콜비치의 진지한 삶과 작업의 깊이에 깊이 감동한 그가 콜비치의 변모하는 자화상에 대해 죽는 날까지 멈추지 않는 것에 감탄했다고.
광주시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열고 기념관을 추진하려고 하자 작가는 세계가 전쟁으로 시름하고 있는데, 축제 분위기가 맞지 않다며 인터뷰까지도 거절했었다.
그러나 장흥군은 발 빠르게 나서서 기념관 유치 작전을 물밑에서 펼쳤다. 그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의 영향력도 있었겠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장흥군은 '소설가의 고향'을 선포하면서 관광자원화를 꾀한 노력을 보여 왔었다.
천관산문학관은 장흥 출신 소설가들의 요람이 된 지 오래고, 장흥이 낳은 소설가 중에는 한국 문단을 대표할만한 이청준 작가의 생가 복원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어 있을 정도이다. 그의 원작이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을 만나 천년학으로 영화 제작되면서 장흥 선학동에는 매년 메밀꽃 축제를 준비했으며 장흥군은 오랫동안 소설가의 고향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
이제 한국 문학이 전 세계로 진출할 물꼬를 텄고, K-문화는 대중문화를 넘어서 다양한 장르로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넘쳐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책 읽는 분위기로의 전환이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터이지만, 전남은 이제 '문학로드'라는 새로운 관광패턴이 한 축을 이룰 전망이다. 한강 작가의 <여수의 사랑>과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시작으로 여수와 순천을 이어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 장흥의 천관산문학관과 이청준의 생가, 강진의 시문학관과 김영랑 생가, 김현구 시인, 해남의 땅끝순례문학관과 김남주, 고정희 시인의 생가, 이동주 시인과 박성룡 시인, 황지우 시인 등 해남은 어느새 시인의 고장이 됐다. 목포에는 목포가 낳은 작가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등을 기념한 목포문학관이 있고 목포시는 매년 문학축제를 열어왔다.
그 외의 지자체는 문학관을 대신한 미술관의 역할로서 문화 예술의 영역을 넓히면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예술의 섬은 진도나 신안, 무안이 이미 선점하고 나섰다. 이럴 정도이니 완도문학관이나 그럴싸한 군립미술관 하나도 유치하지 못한 완도군은 이제 무엇을 자존심으로 내세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