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반룡교에서 본 섬진강 상류 풍경, 오른편에 진안 성수산 은선암이 있다.
이완우
임실 성수면 성수산은 진안 백운면과 경계가 되는 성수지맥의 마루금에 있다. 이 성수산(聖壽山)에 천년 고찰 상이암(上耳庵)이 자리 잡았다. 이곳 사찰은 고려와 조선을 창업한 두 태조가 잠저(왕이 되기 전 신분) 때 찾아와 한 곳에서 기도한 장소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알려졌다.
이곳 상이암은 통일 신라 말기 875년에 도선 국사에 의해 팔공산(八公山, 1,151m) 도선암((道詵庵))으로 창건되었다. 이곳에 왕건이 17세(894년)에 찾아오고 24년 후에 고려를 건국(918년)하였으며, 이성계 장군이 황산 대첩으로 왜구를 물리친 45세(1380년)에 찾아오고 12년 후에 조선을 건국(1392)하였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 조선 시대 초기에 팔공산 도선암은 성수산 상이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성계 장군이 팔공산 도선암에서 기도할 때 하늘에서 서기가 비치고, "성수만세(聖壽萬歲)"의 축원 즉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라."는 하늘의 계시가 땅으로 세 번 울려 퍼졌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일까? 임실, 진안, 장수 지역에 '성수산(聖壽山)' 한자까지 같은 이름의 성수산이 세 곳 있다.
임실 성수산(876m)은 임실 성수면과 진안 백운면의 경계인 성수지맥의 마루금 위치한다. 진안 성수산은 진안 성수면(482m)의 감입곡류 휘돌아가는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솟아 있다.
장수 성수산(1,059m)은 장수 천천면과 진안 백운면 경계의 금남호남정맥의 마루금에 위치한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모여 있는 세 성수산의 이름은 조선 시대 이후에 생겨났다.
임실과 장수, 진안에 각각 '성수산'이 있다
이들 세 성수산에 유서 깊은 고찰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진안 성수산은 은선암(隱仙庵), 장수 성수산은 신광사(新光寺), 임실 성수산은 상이암(上耳庵)이다. 가을 들녘 벼 수확이 진행되는 시기인 지난 27일에 이 세 곳 성수산에 자리한 사찰을 차례로 찾아가는 역사 문화의 탐방으로 여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