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년 특별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미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당 의원들은 어쩔 줄 모를 것이다. 한편, 친윤이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움직였던 의원들은 여전히 충성을 다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정치는 의리를 지키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생각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회나 정당의 기반 없이 시작했기에, 지난 3년간 전례 없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연찬회에 가서 구애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누구이든 전반적으로 따라가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동훈 대표와 새로운 개혁파, 사실 개혁파라고 부르기에는 개혁의 내용을 알 수 없기에 신당권파라고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어쨌든 신당권파는 대통령에 대해 심적인 불편함을 넘어서 더 큰 그림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현재 한동훈 당대표를 필두로 하는 신당권파와 추경호 원대 대표 중심의 친윤 원내 세력 간 갈등과 쟁투는 우리가 보는 대로이고, 대통령은 장기판에 여러 선택지와 말들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개입함으로써 권력 내 갈등은 격화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 변수는 아마도 한동훈 당대표와 신당권파의 선택일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추경호 원내대표 및 친윤 의원들 그리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표들의 생각이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나머지가 상수라면, 한동훈 당대표의 생각은 변수다. 물론 이재명 당대표의 다가올 사법부 판결이 큰 변수이기는 하지만, 우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한동훈 당대표가 핵심 변수임은 분명하고, 그것이 얼마나 큰 변수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은 한동훈 대표의 의지와 생각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
이 시점에서 시야를 나무로부터 숲으로 넓혀 보자. 대통령이 여당과 거리를 둘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한 가지 먼저 검토할 사항은 한국에서 대통령이 가진 권한과 그 권한의 행사와 한계에 관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대통령과 정당들 및 정부와 민간 기관들간의 관계와 역동성은 대통령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가와 정부를 경영하는 데에 크게 4가지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는 대통령의 행정대권이다. 행정대권은 행정부와 정부 출연기관 및 여러 공직에 대통령이 공직자를 임명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대통령 시행령을 발동함으로써 정책을 시작하지만, 행정대권은 국회의 동의와 입법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단기적일 수밖에 없고 장기적인 정책 성공이 어렵다.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이 정책 의제를 공론화 하고,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각제 국가에서 의회가 정치를 독점·지배해 사회적 문제를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입법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성과를 낼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것이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때 가진 중요한 한계이다. 민주 정치사회는 독재를 경계하고 허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곳곳에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제한은 필수적이다.
둘째는 대통령이 가진 권력 기구다. 대통령은 5대 권력기관인 검찰, 경찰, 군, 국가정보원, 국세청과 추가로 감사원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한다. 물론 권력기관들은 (전직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를 포함하는)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중립이어야 하지만, 이미 상당히 정치화돼 버렸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은 껍질과 포장이 됐고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이 본질이다. 사적인 충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파도 본질은 아니다.
권력 기구의 정치화 메커니즘에 수요-공급 이론을 적용해 보자. 수요 차원에서 권력기관 엘리트들은 유일하게 승진하고 출세할 방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잘 보이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그래서 대통령이 원한다면 칼을 쥐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찌를 수도, 정보를 캐내어 올 수도,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질 수도 있는 의지를 가진 잠재적 후보자들이 풍부하다. 특히 성공에 목마른 이들은 정말로 이를 원해서 할 것이다.
조직 생활을 하다가 보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쉽게 올라가기가 어렵다. "다음에도 기회가 오겠지"라고 생각하면 순진한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소수이지만, 핵심에 있는 이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공급 차원에서, 대통령이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하지 않고 "범죄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든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하고 그것이 전직 대통령이든 야당 대표이든 상관없으며, 이것이 정의이다. 직책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직무 유기이며,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이 특권이다"라는 교묘하기도 하고 교활하기도 한 말에 힘을 실어 준다면, 정치보복은 계속된다. 사실 이와 같은 정치보복의 정치적 수단화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속된다.
문제는 이것 또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민주 사회에서 개인의 인권은 보장이 되고, 무죄 추정 주의와 증거 위주의 법정 심리는 오래가기 때문에 대통령을 따르는 검찰이나 권력 기관이 시작한 보복이 끝까지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리고 장기적 재판을 보면서 초기에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스스로 후회하기도 한다. 온정주의적 한국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법적으로 가혹한 처벌을 끝까지 잔인하게 지지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한 가지라도 무죄가 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