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회의가 다가온 가운데 그리니엄은 지난 14일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리니엄
"협약의 마지노선은 '생산감축이 포함되느냐'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패는 무엇이라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홍 소장은 20년 이상 폐기물 관련 연구 활동을 이어온 전문가입니다. 통칭 '쓰레기 박사'로 불립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에서 그리니엄과 인터뷰를 나눈 홍 소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문 내 핵심 문구로 '감량'이 포함돼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당장은 목표를 정할 수 없더라도 플라스틱 생산감축과 관련된 문구가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는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입니다. 유럽연합(EU) 등은 생산감축 목표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인도·러시아 등 산유국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홍 소장은 생산감축 관련 갈등을 당장 풀기 어려운 이유로 "리스크(위험)의 명확성과 대안의 명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현재의 연구가 산유국 등 반대 측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그 이유로 제시됐습니다. "강제적인 수단으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게 할 만큼 유해하다고 설득할 근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홍 소장의 말입니다.
수은 등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을 반례로 들었습니다. 반면,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인체 유해성의 기준치가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미세플라스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홍 소장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측정 방법도 아직 합의가 안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파악하는 방법론에 대한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유해성 관련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안이 확실하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홍 소장은 기후위기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기후위기는 화석연료 설비를 재생에너지 시설로 전환하는 식의 대응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다릅니다. 생분해 플라스틱, 재활용 플라스틱, 재생 플라스틱 등 대체재가 상용화까지는 아직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국제협약은 수단이다. 협약 자체에 매몰되면 안 된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에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홍 소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논의를 위한 출발점이란 설명입니다.
그는 "협약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과제는 사실 협약과 관계없이 원래 해야 할 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협약과 별개로 한국의 '탈(脫)플라스틱 로드맵' 자체가 의미 있게 진전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홍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로드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 정부는 '전(全)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대책에는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규제 중심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한단 내용이 포함돼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홍 소장은 "한국의 로드맵과 국제협약의 흐름이 같은 흐름으로 가는 게 최선"이라며 "조금 괴리가 있더라도 일관된 로드맵을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단, 그는 한국이 선진국인 만큼 선제적으로 모델을 만들고 끌고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한국의 로드맵은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의 자원재활용법은 낡았다"
정부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전환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홍 소장은 '자원재활용법'의 접근 방식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원재활용법은 폐기물 ①억제 ②분리 ③수거 ④재활용을 관리해 자원의 순환적 이용을 목적으로 합니다.
단, 현재 정책은 일회용품의 사용 억제와 폐기물의 분리·수거·재활용으로 구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홍 소장은 감량과 재활용의 대상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다 보니 정책 역시 이분법적으로 적용되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회용품은 보증금제로 감량하고, 제품·포장재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식입니다.
이같은 이분법적 접근법이 플라스틱에 대한 감량·재사용·재활용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고 홍 소장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