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옥상에서 10개월째 농성 중인 소현숙(왼쪽)·박정혜씨.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용승계를 (합의) 해야만 내려가지 저희 스스로 포기해서 내려가지는 않을 겁니다." -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
"물량을 가져갔으면 직원도 고용승계 하는 게 마땅한데, 왜 그걸 하지 않고 노동자의 외침을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는 저희랑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 소현숙 지회 조직2부장
10개월째 '옥상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박정혜(39)씨와 소현숙(42)씨는 "'내일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한다"면서도 "이겨야만 내려갈 것"이라며 단호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
박씨와 소씨는 한국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 1월 8일부터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 공장 건물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2년 전 불에 탄 9m 높이의 그 건물에서다. 이들의 고공농성은 2일로 꼭 300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옥상에서 300일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왜 이곳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을까. <소리의숲>은 고공농성 300일째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두 사람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계 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로, 엘시디(LCD)용 편광필름을 생산해 엘지(LG)디스플레이에 납품해 왔다. 회사는 2003년 구미4국가산단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해 토지 무상임대‧각종 세제지원 혜택 등을 받아왔는데, 2022년 10월 공장에 불이 나자 한 달 뒤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물량은 모두 니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옮겨졌지만, 노동자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200명가량의 노동자 대부분은 희망퇴직 했고, 이를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됐다. 해고자 가운데 7명은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2년째 투쟁하고 있다.
"투쟁,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어"
"아주 짧게 있지는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길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소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옥상에 더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목소리엔 걱정이 배어 있었다. 소씨의 말처럼 지난겨울 시작한 옥상 투쟁은 봄과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사계절을 옥상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옥상에서의 지난 10개월은 두 사람에게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여름엔 역대급 폭염이 고공농성장을 달궜다. 두 사람은 뜨거운 태양 아래 텐트 그늘과 선풍기‧얼린 생수병에 의지해 더위를 달랬는데, 얼음은 안고 있으면 2~3시간 만에 다 녹았다. "진짜 타 죽는 게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수화기 너머로 소씨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옥상엔 2인용 텐트 1동이 설치돼 있다.
자던 중 폭우로 텐트가 무너진 적도 있었다. 두 사람은 "조금만 더 늦게 알아차렸으면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씨는 그날 이후 아직까지도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잠을 잘 못 잔다.
씻는 것도 녹록지 않다. 옥상엔 전기는 들어 오지만 수도 사용은 안 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연대자들이 밑에서 도르레를 통해 올려보내는 생수로 몸을 씻고 있다. 소씨는 "생수가 아깝긴 한데 너무 안 씻으면 청결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쓰고 있다"며 "그래서 몸에서 약간 쉰내가 나기도 한다"고 헛웃음을 쳤다.
체력도 많이 약해진 상태다. 이들은 "마음은 매일매일 힘들다. 옥상에서 300일을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여기서는 할 일도 많이 없다. 진짜 하루를 버티는 수준"이라는 말도 전했다. 식사는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 연대자들이 도르레로 올려 주는 음식으로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