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부산시, 보수동 책방 골목 근처의 카페
황융하
활자가 빛이 되어 마음에 스며들고, 그 빛을 멋으로 발현하려는 움직임. 즉 '활자 글 빛-멋 내기'로 요약해 보았다. 세상은 이를 허영이라 비난할지 모르나, 이 행위에는 순수한 열망과 자기 발견이라는 행보가 이어진다.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새겨보려는, 작은 진심이 울렁이며 어느새 자란다.
독서란 오래전부터 그 자체로 고백이었다. 다만 예전엔 혼자만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손에 든 책을 찍어 올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언어를 남긴다. 조용하게 낙엽을 모아보는 빗질처럼, 한낱 인증 사진이 아닌, 손끝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대화다. 독서는 타인과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들추고, 작은 불씨처럼 빛을 남긴다.
이럴수록 독서의 고백이 겉멋에 그치는 한순간의 유행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서가 진정성을 가질 때는 자기의 삶에 스며들어 일상의 결이 될 때다. 이 길을 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각자의 삶과 일상 속에서 책이 자리할 수 있도록, 독서 모임이 있는 작은 서점과 바람에 흔들리는 창가가 있는 도서관이 필요하다. 그런 공간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자아를 돌아보고, 또 누군가는 낯선 문장 속에서 자기 내면을 찾을 것이다.
독서는 모름지기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 고독과 사유가 공존하는 고유한 순간들이다. 남들과 다른 취미이자 교양의 영토를 찾으려는, 세상의 속도와는 다르게 자기의 시간을 공유하는 어울림이 되고 있다. 이 시간 속에서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서로를 정감으로 이해하게 한다. 비록 각기 다른 나이와 배경을 가졌어도,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는 독서의 고백을 경험한다.
중년의 텍스트 힙은 젊은 층 못지않으며 또한 오프라인 독서 모임도 활발하다. 여느 곳에서나 깊이 있는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서평과 리뷰를 나누고, 차 한 잔과 어울리며 책에 관한 생각을 서로에게 스며들게 한다. 그 만남은 독서 이상의 진솔한 소통이며, 저마다 살아온 생의 먼 격차를 메우기도 한다.
독서는 시간의 벽을 넘어 내면의 결을 잇는 행위로 자리 잡았다. 단어와 문장을 넘어, 서로를 감싸고 이어주는 은밀한 온기이자 마음의 쉼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