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
다음으로 오늘의 메인요리, 닭강정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 도착하니 갓 튀겨낸 바삭한 닭튀김이 있었다. 옆 냄비에선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어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돋았다. 어머니 한 분이 닭튀김을 한 조각 집어 제게 건네셨다. "한번 맛 좀 봐요. 잘 익었죠?" 말씀을 들으며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김장할 때, 김치를 찢어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튀겨진 닭튀김에 양념 소스를 아낌없이 부었다. 대형 나무 주걱으로 비벼가며 양념이 고루 배도록 버무렸다. 아몬드와 옹심이까지 더하니 점점 그럴듯한 닭강정이 완성되었다. 어머니 두 분이 맛을 보시더니 약간 부족하다며 물엿을 추가로 넣으셨다. 다시 맛을 보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맛이 제대로 났다"며 만족스러워하셨다. 손맛과 직감으로 음식을 조율하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셰프 못지않은 숙련미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김치찌개를 완성할 차례였다.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어가며 간을 맞추고 국자로 저어가며 맛을 조율했다. 한 어머니께서 맛을 보시고는 "맛술을 조금 넣으면 깊은 맛이 나겠다"며 세월의 노하우를 방출하셨다. 정량이 아닌 감으로 더한 맛술 한 방울이 찌개의 깊이를 더했다. 어머니들의 손맛이란, 이런 감각적인 배합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겠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모든 음식이 완성되고 도시락을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보온 도시락통에 김치찌개를 따로 담고, 밥과 닭강정을 넣어 도시락을 차곡차곡 완성했다.
어머니들은 고객 요청에 따라 밥의 양을 조절하며 "푸짐하게 먹어야지"라며 정량보다 조금 더 밥을 담았다. 관리자께서는 밥을 너무 많이 담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어머니들은 웃으면서 "많이 먹으면 좋지"라고 웃어 보였다. 마치 자식들에게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 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은 것 같아 더욱 따뜻했다. 더불어 이렇게 완성된 도시락이 7천 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은 곧 두 분의 아버님이 차량에 실어 배달하러 나섰다. 올해 81세가 되신 한 어르신과 함께 배달에 동행하기로 했다. 대구에서 함양으로 3년 전 이사 오신 어르신은 배달 일을 통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씀하셨다.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단 이렇게 나와서 일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