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진토론하는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
고창남
이 교수의 주제발표에 뒤이어 토론이 이어졌는데,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제주4.3특별법은 과거사 청산 모범사례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로 토론에 임했다.
백 이사장은 먼저 특별법의 목적 조문을 문제로 제기하면서, 법 제정당시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제주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돼 있고, 개정 특별법의 목적 규정에는 위와 같은 사항 외에도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추가됐다고 했다. 그는 "목적에 규정된 국민화합을 이루려면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이사장은 또한 "법률의 목적 규정에도 지금까지 시행된 내용에서도 과거사 정리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의실현(가해자 처벌)이 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제1조(목적)에 '정의로운 과거사 청산' 또는 '정의 실현'이 추가되고, 별도의 조항에서 정의 실현 조치가 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이사장은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가해자 처벌이 없는 상태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면서 그 사례로 ▲ 이승만의 동작동 현충원 안장, 이승만 기념관 설립 시도, 광복절 <기적의 시작> 방영 ▲ 조병옥이 천안시에서 호국인물로 선정되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거나 ▲ 김두찬 이름을 딴 해병대 교육관 이름 명명했다가 4·3단체들의 항의로 취소 ▲ 박진경에 대한 현충원에서의 거대한 추모행사 등을 예로 들었다.
백 이사장은 이재승 교수가 발제에서 제기한 10 가지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동의함을 보이면서도 특히, "제주4.3 왜곡비방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과 더불어 공직자 임용 시 적용 기준, 특히 4·3위원회 자격 조건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상징적 처벌로서 상훈박탈 및 국립묘지 안장배제를 주장했다.
그는 또한 '반인권적 국가폭력 행위에 대한 시효 배제'와 관련하여 21대 국회에서 시효 배제에 관한 법률들이 발의되었으나, 폐기된 바가 있으니 이번 4·3특별법 개정안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켜 "진상조사,명예회복-정의실현(처벌, 사과 등)-배보상-화해와 기억-재발방지의 과정이 상설적으로 진행되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백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미국의 책임문제와 관련하여 '4·3의 정의' 부분에 최소한 "미군정하 1947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제주4·3사건..."로 명시하는 것에서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4·3사건 처리가 과거사 청산의 모범사례라고들 한다.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되고,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으며,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고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재심 등 다른 과거사 사건들과 비교해 보면 대단한 성과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앞서 있기 때문에, 모범사례라고 불리기 때문에 기본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밖에도 박현민 변호사, 김윤숙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여성 부회장, 고의숙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부위원장, 김지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국제위원장, 안효철 행정안전부 제주4·3사건처리과장 등이 토론에 임했다.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발제자의 주제발표에 동의했으며, 특히, 김윤숙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여성 부회장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유족의 입장은 제주4·3사건의 정의와 4·3왜곡 및 명예훼손 처벌에 관한 규정 신설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