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창도, 천지가 개벽하는 빅뱅과 같은 역사

[동학대서사시, 모두가 하늘이었다 9] 수운 최제우 선생 탄신 200주년,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후천개벽의 동학이 창명되다

등록 2024.11.07 13:31수정 2024.11.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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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정] 수운 최제우 대신사 존영 용담정에 봉안한 수운 선생 존영은 1991(포덕 132년) 10월 28일 수운 대신사 탄신 167주년을 맞이하여 옥문성 화백이 유화로 그린 초상화이다. 수운 대신사께서 의관을 정제한 모습으로 초록(파랑)색의 두루마기 겉옷은 동방 즉 동쪽의 생명을 상징하는 옷이다.
[용담정] 수운 최제우 대신사 존영용담정에 봉안한 수운 선생 존영은 1991(포덕 132년) 10월 28일 수운 대신사 탄신 167주년을 맞이하여 옥문성 화백이 유화로 그린 초상화이다. 수운 대신사께서 의관을 정제한 모습으로 초록(파랑)색의 두루마기 겉옷은 동방 즉 동쪽의 생명을 상징하는 옷이다.동학혁명기념관

후천개벽의 동학이 창명되다

'입춘시立春時' 수운 최제우
道氣長存邪不入도기장존사불입
世間衆人不同歸세간중인부동귀

"도(道)의 기운을 길이 보존하여 사특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세상의 뭇사람들과 함께 돌아가지 않으리라."

수운 선생은 6년 만에 다시 옛집으로 돌아와 마을 분들과 친척들을 찾아 인사를 마치고, 10월 중순경 구도의 결심을 다짐한다. 자(字)와 이름과 호(號)까지 고친다. 도언(道彦)이라는 자를 성묵(性默)으로, 제선(濟宣)이라는 이름을 제우(濟愚)로, 호(號)는 수운(水雲)이라 스스로 지었다. 제우(濟愚)란 이름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건지고, 어리석은 세상을 구제한다는 것이며, 수운(水雲)은 물과 구름으로 천지 생명을 뜻한다. 이렇듯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까지 고치며, 세상을 구제할 도를 얻기로 하고 그 뜻을 이룰 때까지 구미산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중한 맹세를 하였다. 당시 가족의 먹고 사는 끼니를 걱정하면서 수행에 몰두하였다.

구미용담(龜尾龍潭) 찾아 들어
중한 맹세 다시 하고
부처(夫妻)가 마주앉아
탄식하고 하는 말이
대장부 사십 평생
해음없이 지내나니
이제야 할 길 없네
자호(字號) 이름 다시 지어
불출산외(不出山外) 맹세하니
기의심장(其意深長) 아닐런가
- 교훈가

용담으로 돌아온 수운 선생은 도(道)를 얻지 못하면 세상과의 인연을 끊겠다는 불출산외(不出山外)의 맹세를 하고 구도(求道)에 정진하게 된다. 이는 '사사로운 일로 자신의 흔들림을 경계하고, 도를 얻을 때까지 세상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으리라'는 중대 결심을 재차 천명한 것이다.

수운,
득도에 대한 열정
천지간에 비밀로
오직 수운만이
고이 간직하고
그 결정적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다시 개벽
후천개벽,
천지우주가 다시 창조되듯
한울님의 역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득도 모습을 그림으로 형상화 수운 선생께서 득도 하실 때, 가족이 지켜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애고애고 어머님아 우리신명(身命) 이웬일고, 아버님 거동보소 저런말씀 어디있노"하면서 한울님과 문답하는 모습에 몹시 놀라워하였다. 박홍규 화백은 수운 선생 득도 초기 장면을 생동감 있게 붓으로 그려냈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득도 모습을 그림으로 형상화수운 선생께서 득도 하실 때, 가족이 지켜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애고애고 어머님아 우리신명(身命) 이웬일고, 아버님 거동보소 저런말씀 어디있노"하면서 한울님과 문답하는 모습에 몹시 놀라워하였다. 박홍규 화백은 수운 선생 득도 초기 장면을 생동감 있게 붓으로 그려냈다.박홍규

만고 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창건하니

경신(庚申·1860)년 4월 5일(음력)은 큰조카 세조의 생일이었다. 수운 선생은 아침 일찍 조카가 의관을 보내어 오시기를 청하자 기도 수행을 잠시 멈추고 짬을 내어 참석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초여름 날씨에도 몸에 한기가 들린 듯 떨리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편안히 앉아있을 수 없어 잔칫상을 물리고 집에 돌아왔다. 몸과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대청마루에 오르자, 정신은 더욱 혼미해지고 기의 발동으로 몸이 저절로 뛰어오르며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방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공중에서 신선의 말이 또렷하게 귓가에 들려왔다.

수운 선생은 공중에서 들리는 한울님 말씀에 당황하면서, 하늘을 향해 그 이유를 묻는 등 역사적인 천사문답(天師問答) 즉 한울님과 스승님의 대화가 시작된다. 수운 선생은 세상 구할 도를 구하고자 방방곡곡 두루 다녔고 부인과 아이들을 고생시켜가며 울산 여시바윗골에서, 양산 천성산에서, 고향 용담에서 길을 찾아 헤매었지만 끝내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진리의 길을 비로소 찾은 기쁨에 수운 선생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천은이 망극하여 경신사월 초오일에
글로어찌 기록하며 말로어찌 성언할까
만고없는 무극대도 여몽여각 득도로다.
- 용담가

그런데, 수운 선생이 득도하는 순간, 그 깨달음의 순간은 고요하고 장엄하지도 않았고 엄숙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수운 선생에게는 혼미한 가운데 공중에서 외치는 소리로 천지가 진동하지만, 집안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으니 한울님과 문답하는 모습에 비정상적이라 생각하였다.

박씨 부인은 지아비의 혼미한 모습에 '애고애고 내 팔자야'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어린 자식들은 아버지의 괴상한 행동에 울음을 터트린다. 수운 선생의 득도(得道)과정은 천지가 개벽하는 놀라운 사건으로 고요한 새벽아침의 풍경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폭풍우 치고 번개 치는 한여름의 풍경 같은 것이었다. 요즘말로 수운 선생 스스로 빅뱅을 체험했다고 말할까.

한바탕 광풍 속에서 마침내 수운 선생은 1860년(37세) 경신년(庚申年) 4월 5일 오전 11시경 한울님을 만나는 결정적인 영적 상봉을 한다. 이 세상에 무극대도가 창명되는 순간이다.

"··· 만고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이세상에 창건(創建)하니
이도역시 시운(時運)이라···"
- 권학가

수운 선생은 득도 초기의 심한신전(心寒身戰) 즉 마음이 선뜩해지고 몸이 떨리는 동적(動的)인 상태에서, 득도 초기를 벗어난 수심정기(修心正氣) 즉 마음을 닦아 기운을 바르게 하는 정적(靜的)인 상태로 접어든다.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옛 성인(聖人)의 가르친 바요, 수심정기(修心正氣)는 내가 다시 정(定)한 것이다."
- 수덕문

수운 선생의 득도 장면을 <동경대전(東經大全)> <포덕문(布德文)>에서 살펴본다.
···뜻밖에도 사월(四月)에 마음이 선뜩해지고 몸이 떨려서 무슨 병인지 집증(執症)할 수도 없고 말로 형상하기도 어려울 즈음에 어떤 신선(神仙)의 말씀이 있어 문득 귀에 들리므로 놀라 캐어물은 즉 대답하시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세상 사람이 나를 상제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한울님)를 알지 못하느냐.」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시기를 「내 또한 공이 없으므로 너를 세상에 내어 사람에게 이 법을 가르치게 하니 의심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라.」 묻기를 「그러면 서도(西道)로써 사람을 가르치오리까.」

대답하시기를 「그렇지 아니하다. 나에게 영부(靈符)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仙藥)이요 그 형상은 태극(太極)이요 또 형상은 궁궁(弓弓)이니, 나의 영부를 받아 사람을 질병에서 건지고 나의 주문(呪文)을 받아 사람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 너도 또한 장생(長生)하여 포덕천하(布德天下) 즉 덕을 천하에 펴리라···.」

수운 선생은 한울님으로부터 영부(靈符)를 받아 사람과 세상을 질병에서 건지고, 주문(呪文)을 받아 사람을 가르치면 포덕천하가 되리라는 천명(天命)을 받는다. 수운 선생께서 분명 포덕문에 영부와 주문을 한울님으로부터 받았다고 하였고, 안심가에는 한울님의 분부를 받아 영부를 백지에 붓으로 그렸다고 하였다.

논학문(論學文)에는 "··· 내 또한 거의 한 해를 닦고 헤아려 본즉, 또한 자연의 이치가 없지 아니하므로 한편으로는 주문(呪文)을 짓고 한편으로는 강령(降靈)의 법을 짓고 한편으로는 잊지 않는 글을 지으니, 절차와 도법이 오직 이십일 자로 될 따름이라.···"하여, 주문(呪文) 이십일자(二十一字)를 수운 선생 스스로가 지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득도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늘이 곧 수운이고, 수운이 곧 하늘이라는, 수운 선생과 한울님은 일체라는 진리를 알 수 있다. 바로 동학의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즉천(人卽天)' 사상이 태동하는 순간이다.

사람의 눈은 하늘의 눈이요
숨쉬고 걷는 것도 하늘이요
밥먹고 일하는 것도 하늘이다.
어린이도 어른들도 하늘이요
다같이 섬겨야 할 하늘이요
자연만물도 모두 하늘이어라


덧붙이는 글 이윤영 기자는 동학혁명기념관장입니다.
#동학 #천도교 #동학혁명 #동학농민혁명 #수운최제우탄신2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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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은 현재 「동학혁명기념관장」, 동학민족통일회 공동의장, 평화민족통일원탁회의 공동의장,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국민연대 공동대표,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자문위원, 또 현(現)천도교선도사·직접도훈, 전(前)전주녹색연합 공동대표, 전(前)전주민예총 고문, 전(前)세계종교평화협의회 이사 등 종교·환경단체에서 임원을 엮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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