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운영하는 보드게임 쇼핑몰 '다이브다이스'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매운동 동참 글.
다이브다이스 갈무리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완경이란 단어를 빌미로 불매운동 등을 벌인 누리꾼들을 두고 "몰상식한 행위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완경이라는 단어는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긍정할 수 있도록 표현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단어"라며 "(비난을 보내는 누리꾼들은) 그런 용어의 의미에 대한 인식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집게손가락만 나오면 화들짝 놀라서 삭제하고 사과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과 사실에 대한 왜곡,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 행위 등에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굴복한 것"이라며 "무분별한 불매 등 비상식적 행동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사회적 메시지를 준 게 문제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성찰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마음에 안 들면 낙인찍고 혐오하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는 생각으로까지 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인아 산부인과 전문의는 지난해 6월 유튜브 채널에 '완경이라는 좋은 말을 두고 왜 폐경이라는 말을 쓰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폐경·완경 용어 사용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폐경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의학적인 용어이기 때문이고, 의사로서는 그렇게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완경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완경이라는 단어를 가끔 사용할 수 있다. 진료를 보러 오시는 환자분들은 완경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제가 '그게 뭐냐. 아니다. 폐경이라고 얘기하셔야 된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잖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경이라는 단어는 충분히 중립적인 단어라고 저는 생각하고, 완경이라는 단어도 의사소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코리아보드게임즈 "어머니와 여성에 대한 예의"
코리아보드게임즈는 12일 오후 7시께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보드게임을 즐기는 우리들도 모두 각자의 어머니가 있었기에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며 "저희는 완경이라는 표현을 거두지 않는 것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충분한 검토가 부족한 채로 완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단어를 수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라며 "고객의 의견 중에는 이 단어가 엄밀한 의학적 용어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어는 시대에 따라서 바뀌고 의학 용어조차도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의 최대 목적은 사람을 건강하게,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폐경을 겪은 당사자들은 상실감이나 좌절감 등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을 겪는다고 하는데, 완경이라는 표현은 삶의 단계 하나를 완료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단어 하나를 대체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긍정적인 기분을 들게 해준다면 써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