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으로 변신한 UCLA 해머 미술관의 모습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미술관 입구의 투표장 간판, 미술관 내부의 투표 안내소, 부모들이 투표하는 동안 미술관에서 노는 아이들,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유권자들
임은희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던 부모들이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간식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한국의 투표소를 떠올렸다. 좁고 기다란 주민센터 복도에서 시작해 건물 밖의 인도까지 늘어선 사람들,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를 위한 휴게소는 존재하지 않았던 삭막한 풍경을 떠올리니 어쩐지 서글퍼졌다.
유권자의 편의를 존중하는 노력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밤 늦게까지 개표 현황을 구경하다 잠들었다. 다음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아이가 물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 좋아?"
지인들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답했다.
"45대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밑그림이 그려진 도화지에 밑그림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색칠을 하던 사람이었어. 47대 대통령인 트럼프는 밑그림이 거의 다 지워진 도화지에 밑그림을 마음대로 그리고 색칠을 할 것 같아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이야."
"한국은 분단국이고, 미군이 있는 나라니까 더 걱정하는 부분도 있어. 하지만 어느 나라나 대통령이 내린 결정의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들의 행동을 보며 다음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도 있고. 그래서 좋다 나쁘다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모든 투표가 의미 있다고는 말할 수 있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말이야."
한국의 경우 투표율에 관한 우려는 주로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른다는 점에서 나 같은 정치적 중도층은 투표 결정이 참 어렵다. 투표일에는 어딜 가나 투표가 일상인 로스앤젤레스의 모습을 보며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투표를 알리는 미국의 방식이 조금 부러웠다.
단순히 투표를 하자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투표장 접근성을 염두에 둔 방식, 유권자의 편의를 존중하고자 하는 주정부의 노력이 인상 깊었다.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투표장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대중교통 무료 서비스. 배리어프리 구역인 공공미술관 투표소 등은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