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경기를 완주해낸 무쇠소녀단
tvN
그동안은 유튜브로 <무쇠소녀단>을 접하다 보니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감정으로 멤버들을 응원하고,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분위기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댓글도 많았다.
폼이 너무 안 좋다느니, 4개월을 배웠는데 저 정도밖에 못하냐느니, 이 상태면 100% 컷오프 당한다느니 이런 댓글을 보면서는 기가 막혔다. 당신은 수영을 얼마나 잘하느냐고 묻고 싶었다. 설령 선수급으로 잘한다 해도 그런 태도는 문제다. 나에게 쉽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남이 쉽게 한다고 나에게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누군가는 죽도록 해야만 겨우 평균에 다다를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다.
지난 20년 간 내 소원 중 하나는 전업주부였다.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하고 아이템을 생각하는 방송작가로 살다보니 '전업주부의 삶은 어떨까?'가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시간이 넘쳐나서 살림을 잘할 줄로만 알았다. 이 기회를 통해 모든 전업주부들에게 깊은 사과와 존경을 전한다. 살림을 놓고 살 때는 몰랐다. 살림이 이렇게 몸과 머리를 써야 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도전했다. 20년간 방송을 만들 때는 몰랐다. 늘 카메라 뒤에만 서 있던 방송작가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이 되니 이게 이렇게 떨릴 일인가 싶다. 그동안 방송에 출연해주신 분들이 새삼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 얼굴과 목소리를 보고 듣고 견디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고, 구독자 수 한 명 한 명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는 꽤나 해로운 일이다.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 이 일을 꾸준히 해왔음을 생각하니 세상 모든 유튜버가 존경스러워졌다.
넘어져봐서 다행이다. 넘어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되었다. 할 줄 아는 건 글쓰기 밖에 없는 부족한 사람이라 다행이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배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있는 중이다.
한 번 넘어졌으니 되었다. 두 번 넘어지지 않으라는 법은 없는 게 인생이지만 겁이 덜 나는 것은 사실이다. <무쇠소녀단>의 엔딩은 정해져 있지만 나의 인생은 여기가 끝이 아니니, 이제 더 이상 넘어졌다고 주저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저마다 하나씩 아킬레스건을 가졌음에도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고 마침내 완주한 <무쇠소녀단>을 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고마워요, <무쇠소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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