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한순간에 반려견을 잃은 황아무개(29)씨. 그가 사진 속에서 안고 있는 반려견 '무무'는 이제 세상에 없다.
황아무개씨 제공
반려견이 즉사한 교통사고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했다. 그동안 받은 연락은 반려견의 '가격'을 묻는 가해자 측 보험사의 전화뿐이었다. 피해자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일이 지속되는 이유는 여전히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법 때문이었다.
황아무개(29)씨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70대 운전자가 탄 차량의 인도 돌진으로 반려견 '무무'를 잃었고, 본인도 다쳤다. 사고 이후 운전자의 후속 대처가 매우 미진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이 사건이 보도로 이어지면서 공분이 이어졌다.
이날 피해를 입은 황씨는 허리디스크와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또한 인도 돌진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반려견을 잃은 슬픔이 더 크다. 황씨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서울 관악구 인근에서 만나 갑작스럽게 반려견을 잃은 고통을 털어놓았다.
"자연 사랑했던 친구, 햇볕도 보고 싶지 않아"
"햇볕을 보고 싶지 않아 (입원 중) 병원 커튼을 닫아두었다가 어제(18일) 오랜만에 외출했다. 무무는 파란 하늘과 햇볕, 낙엽이 바람에 굴러가는 현상 같은 자연이 주는 것을 사랑했던 친구였다. 무무를 키우면서 나도 자연 속에서 오는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걸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사라져서 그게 가장 힘들다. 한순간도 무무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황씨는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오늘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무무랑 산책하는, 그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고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무무의 사진을 보면서 운다"라며 "무무와 돌아다니던 기록이 핸드폰에 여전히 남아있다. 함께 산책했던 곳이나 사고가 났던 현장과 비슷한 인도나 구조물만 봐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황씨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만 공개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반려견이 물건으로 취급받는 현실 속에서, (가해자 쪽) 보험사에서는 무무를 분양받았는지(구매했는지) 여부를 먼저 물었다"라며 "내게는 보험료를 책정하기 위한 질문으로 들려 기분이 나빴고,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운전자의 사과 연락 또한, 일주일이 지났지만 없는 상태다.
황씨는 "무무의 죽음을 계기로 '동물은 물건이 아닐 수 있도록' 민법이 개정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같은 피해를 입을 분들이 없었으면 한다"라며 "(바뀌지 않은 법 때문에 대한민국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에 머물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해당 운전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4~5일 정도 시간을 두고 피의자(운전자), 피해자 모두 일정을 잡고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금씩 변하는 판결, 그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