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이용및유해환경실태조사(2022)」 초·중·고등생의 성교육 경험 및 도움 정도(2018~2022)
여성가족부
실제 청소년이 받는 성교육의 부실 문제는 전국 단위 조사 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고등학교 기준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교육 경험 수치가 낮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성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됨' 응답이 고등학교는 2018년 14.9%에서 2022년 20.7%로 5.8%p 상승했다. 특히 2022년 기준, 10명 중 4명꼴인 42.8%가 성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 내 성교육 현실, 기준과 현장의 부조화
청소년 성교육 확대에 대해 정부 및 각 학교 관계자가 노력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신통치 않다.
여성가족부가 800개 초·중·고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2022년 전국 청소년의 성교육 경험률은 2020년 대비 4.5%p 상승한 84%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교육 도움 정도는 6.3%p 하락한 72.3%였다.
청소년 성교육은 교육부가 제정한 '성교육표준안'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이 표준안에 대한 의견도 크게 엇갈린다.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성교육표준안과 관련해 누구는 보수적, 누구는 개방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양성평등, 성평등, 제3의 성과 같이 성 분야의 이념적 갈등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기준 또한 상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몇 년 전 있었던 바나나 피임 교육에 대한 학부모 민원 사건을 언급하며 "성에 대한 접근 태도가 시대, 연령, 지역, 종교마다 달라 어려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러한 다름에 대해 갈등을 줄이고 공감할 방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잡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교육표준안에 대해 "여러 이념 속에서 기준을 정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꾸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현시대에 맞는 성교육표준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학교 내 성교육 교사 등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강원도 보건교사회 관계자는 "성 관련 교육은 시대의 흐름과 사건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아이들도 실제 사건을 보며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크다"면서 "기존 성교육표준안도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무조건적인 피임과 책임론 교육이 성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다양한 케이스의 아이들이 있다 보니 성에 대한 사정도 저마다 다르다"면서 "성교육은 '나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하기에 아이들이 성의 변화를 겪어가는 초등, 혹은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교육이 필수적이고 국가에서 지정된 의무교육 시간이 존재하지만, 실제 운영은 보건교사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정규 교과에 밀려 보건 교육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교육표준안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성에 대해 불확실한 지식 및 믿음을 가지는 근원이 온라인 속 검열되지 않은 부적절한 매체인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아이들의 성 인식을 위해서라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성교육과 적절한 기준 개정 필요, 핵심은 건강과 존중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다양한 입장이 존재했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성교육의 핵심은 '건강과 존중'이라는 것이다.
현재 보건교사로 재직 중인 강원도 보건교사회 관계자는 "현장을 보면 상처받은 아이들이 참 많다"면서 "모든 일의 처음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나'에 대해 존중하는 방법을 알아야 다른 영역은 물론, 성 영역에서도 타인을 존중하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로 나아갈 준비 중인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 인식과 성 문화를 가질 수 있도록 학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시의적절한 성교육 방안 모색과 성교육 개정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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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보호냐, 성교육 필요냐... 한국은 지금 '금서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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