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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검사 탄핵, 헌재서 막혔다... 재판관 다수 '권한남용' 인정했지만

[안동완 검사 탄핵 기각] 최종 5 대 4... 소수의견 "검사의 헌법 위반 되풀이 막아야"

등록 2024.05.30 14:20수정 2024.05.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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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최종 : 5월 30일 오후 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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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현직검사 탄핵 심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를 보복기소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의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이 지난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가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헌정사 첫 현직 검사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막혔다. 9명 헌법재판관중 일부는 이미 대법원에서 '공소권 남용' 판단을 내렸는데도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판단하며 탄핵 소추안을 기각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안동완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사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첫 현직 검사 탄핵이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후 나온 헌재의 대답은 '기각'이었다.

헌재는 30일 안동완 부산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만 파면(인용) 의견을 냈다. 파면 결정을 위해서는 6명의 의견이 필요했지만 여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5 대 4였지만, 내용적으로는 3 대 2 대 4였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5명 중에서도, 안동완 검사에게 법률 위반이 없었다는 의견은 3명뿐이었다. 나머지 2명은 법률 위반이 있었지만 파면에 나아갈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관 다수(6명)는 안 검사가 검사로서 권한을 남용해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쟁점] 대법원은 공소권 남용 인정했는데... 헌재 판단은?

이미 대법원이 안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한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헌재는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따져 살폈다.


안 검사는 2014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 소속 검사로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유씨 쪽은 '보복 기소'라고 반발했다.

2010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는데,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4년이 지나 같은 혐의를 다시 수사해 유씨를 기소했는데, 이때 기소검사가 안 검사다.


당시는 서울중앙지검이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 사건 재판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 검사의 기소는 유씨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보복하고 추락한 검찰 위신을 세울 의도가 있다는 게 유씨 쪽의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공소권 남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안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검사가 현재 사건을 기소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바,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의 보복성 기소를 인정한 것이다. 2021년 대법원은 이 항소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안 검사의 공소원 남용 행위가 옛 검찰청법 4조 2항(검사의 권한 남용 금지), 국가공무원법 56조(공무원의 성실 의무), 형법 123조(직권남용)을 위반한 것이라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 대법원보다 더 보수적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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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영진·김형두·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 ⓒ 연합뉴스

 
헌재의 판단은 기각 결정이지만, 대법원 판단과 달리 안 검사에게 어떠한 법률 위반이 없다는 의견을 낸 재판관은 단 3명이었다. 

이영진·김형두·정형식 재판관은 종전 기소유예처분에서 누락된 거래내역 등이 밝혀지는 등 안 검사가 기존 처분을 번복하고 유씨를 기소할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봤다. 

보복 기소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발에 따라 유씨 수사가 진행됐고, 당시 증거 조작과 관련해 검찰 측에 어떠한 과실이 있음이 밝혀진 상태가 아니었던 점 등을 그 사유로 들었다. 

이 판단은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1심 법원도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제기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의하여 위법하다고 평가되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피청구인(안 검사)이 어떠한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수사하고 유우성을 기소할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공소제기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종석 소장·이은애 재판관] "검사로서 권한 남용 했지만..." 마지막 한걸음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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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종석 소장·이은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 연합뉴스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 재판관 역시 기각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위 세 재판관과는 논리 구조가 달랐다. 두 재판관은 안 검사가 검찰청법 4조 2항(검사의 권한 남용 금지), 국가공무원법 56조(공무원의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들은 외국환 거래액수가 줄어드는 등 유씨를 기소할만한 사정이 밝혀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시했다.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평한 소추를 담보하고 피의자나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가진 검사에게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된다."

또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 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은 안 검사의 행위가 형법상 직권남용에 이르렀다고는 보지 않았다. 안 검사가 유씨를 기소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고 공소제기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들의 결론은 파면할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항소심 법원 및 대법원이 공소 기각함으로써 위법한 공소제기에 기인하여 국가 형벌권이 행사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법원이) 유우성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해,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하여 공소를 제기하는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탄핵심판제도의 목적은 어느 정도 구현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안 검사의 기소 이후 9년이 넘는 동안 공직을 수행한 점을 들어,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필요성은 상당 부분 희석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 "검사의 의무 중대하게 위반... 헌법적 징벌 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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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 ⓒ 연합뉴스

 
반면 다른 재판관 4명은 안 검사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안 검사가 검사의 권한 남용과 공무원의 성실 의무 위반뿐만 아니라 형법상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봤다. 어떠한 법률 위반도 없었고 보복 기소도 아니라는 3명의 기각 의견과는 정반대였다.

이들은 안 검사의 보복 기소에 따른 공소권 남용을 부각하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기소할만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공소제기를 한 피청구인(안 검사)의 일련의 행위는 증거 위조 관련 사건들과 단절해서 생각할 수 없고, 피청구인은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적정한 소추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의자인 유우성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할 의무를 저버린 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된 유우성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가할 의도에서 이 사건 공소제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은 파면이었다. 이들은 "(안 검사가) 그 권한을 남용하여 소추의 공정성을 해하고 피의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함으로써 검사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서, 검사로서의 공익실현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면서 "이 사건 공소제기로 인하여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 역시 매우 중대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런데도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공소제기에 대하여 어떠한 징계나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고, 그 시효도 모두 지났다"면서 "엄중한 헌법적 징벌을 가함으로써 이 사건 공소제기로 인하여 침해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더는 검사에 의한 헌법 위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미] 탄핵에 대한 헌재 입장 엿볼 수 있어... 검사 탄핵심판 2건 아직 진행중  

이번 결정은 정치권에서 '탄핵'이 자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현 헌법재판소의 고위공직자 탄핵에 대한 입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다수 재판관이 안 검사의 위법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최종적으로 파면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에 이르지는 못한 이번 사례는 헌재가 탄핵의 요건에 어느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현재 9명 헌법재판관 중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선 후 바뀐 재판관이 3명이며, 올해 안에 4명이 임기가 끝난다.

아직 검사 탄핵심판 2건이 더 진행중이다.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탄핵심판은 지난 28일 2차 변론이 진행됐고, 내달 25일 변론 종결이 예상된다. 1심에서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탄핵심판은 항소심 공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는 정지된 상황이다. 항소심이 지난달 17일 시작됐기 때문에, 이 결론을 지나 헌재 선고까지는 장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시작부터 끝까지]
- 검찰의 유우성 보복성 기소, 대법원이 인정했다(21. 10. 14) https://omn.kr/1vj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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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기소' 검사 탄핵안 국회 통과... 대법원 판결의 힘(23. 9. 21) https://omn.kr/25qxg
- [1차 변론] '유우성 보복기소' 검사의 요구 "저와 검찰 명예 회복시켜주길"(24. 2. 20) https://omn.kr/27hyn
- [2차 변론] "탄핵 안되면 또 보복기소" https://omn.kr/27s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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