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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벽소령 도로? 큰일 날 일"

벽소령 구간 23.8km 도로 개설 반대 목소리... "커다란 환경훼손, 즉각 철회하라"

등록 2024.07.17 14:36수정 2024.07.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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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최상두

 
"벽소령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45km에 이르는 지리산 능선 종주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고개다. 벽소령을 중심으로 지리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개설되면 도로 건설 과정에서 지리산국립공원 한 가운데에 커다란 환경 훼손이 예상되고, 이후 차량 통행에 따라 지리산의 생태계가 동서로 단절될 것이 우려된다."

경남 함양군이 지방도 1023호선 미연결인 지리산 벽소령 구간 23.8km에 걸쳐 도로 개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와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를 잇는 지방도 1023호선의 국지도 승격과 미개설 도로 23.8km 구간의 개설을 추진한다는 것. 이 구간은 현재 지리산 탐방로다.

"지리산골 소멸 앞당길 것"
 
a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최상두

 
지리산권 교통 관련해 대책위는 "서울에서 버스 타고 천왕봉 올라 백무동으로 중산리로 하산하는 당일치기 노선으로 인해 과거 호황이었던 구례역 노선은 이제 이용객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라며 "이번 논란이 되는 1023번 도로의 개통은 지리산 골의 소멸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길이 열리면 맨 일선에는 대기업의 대규모 위락시설이 몰릴 것이고 지역 대대로 유지해 오던 상권은 붕괴되고 소득이 없어진 주민은 지리산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고용 창출 효과는 공사 기간에만 잠시 되고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없이 관광객 유치라는 허울좋은 명분만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원이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과 관련해 대책위는 "2004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덕분에 현재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 89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그러나 반달가슴곰의 핵심 서식지인 지리산 중앙부에 지리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하고, 차량을 통행시키면 반달가슴곰 서식지가 단편화돼 이들의 안정적인 서식에 커다란 악영향을 줄 것이 명백하다"라고 내다봤다.

또 이들은 "도로 개설에 따른 탐방객 이입 증가로 인해 탐방객과 반달가슴곰이 접촉이 증가해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우려 또한 대폭 커질 것"이라며 "이미 벽소령 대피소에 반달가슴곰이 출현해 등산객이 위험한 상황에까지 간 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리산 생태계 관련해, 이들은 "국립공원공단이 2022년 3월부터 10개월 동안 지리산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를 조사했더니 7만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을 정도"라며 "게다가 여름철 집중호우와 나무의 집단고사가 원인이 되어 산사태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해발 1350m에 달하는 벽소령을 넘어가는 도로를 건설하면 지리산 능선부 훼손이 심각해질 것이며 아고산대의 식생 보전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백억 들여 도로 개설하는 것보다는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해야"
 
a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최상두

 
대책위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파헤쳐 신규 도로를 개설하기보다는 관광객들이 함양과 지리산 지역에서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상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우선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산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산"라며 "지리산을 남북으로 관통하여 두 동강으로 만드는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2022년 10월 하승철 하동군수를 만나 벽소령 구간 23.8km의 조속한 개설 방안을 논의했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도로개설을 통해 국내 최고의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고, 함양~하동·지리산 북부 한방항노화·남부 해양항노화를 연계한 경남 웰니스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서부경남지역을 비롯한 전라남·북도 권역의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리산 #벽소령 #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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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지리산 엄천강변에 살며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천강 주변의 생태조사 수달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냥 자연에서 논다 지리산 엄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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