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이게 자수라고? 접근 금지한 이유를 알겠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국 근현대사 자수전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8월 4일까지

등록 2024.07.18 13:34수정 2024.07.18 13:36
0
원고료로 응원
a 표제작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8월 4일까지 '한국 근현대사 자수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게 자수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표제작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8월 4일까지 '한국 근현대사 자수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게 자수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 유영숙

    
지난주에 우연히 덕수궁에서 '한국 근현대사 자수전'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자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보고 싶었던 지인을 만나고 싶어서 함께 가자고 했다. 지난 16일, 정말 오랜만에 덕수궁을 방문했다. 예전에는 1년에 한두 번은 방문했었는데 나이 들면서 거의 가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으나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a 덕수궁 입구 덕수궁 입구에 도착하니 마침 수문장 교대식이 있어서 반가웠다.

덕수궁 입구 덕수궁 입구에 도착하니 마침 수문장 교대식이 있어서 반가웠다. ⓒ 유영숙

   
덕수궁 정문에 도착하니 마침 수문장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시간도 잘 맞추어 왔다. 입장료를 끊고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걸어갔다. 입장료는 너무나 착한 천 원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a 한복입은 외국인들 오랜만에 고궁에 와서 한복 입은 외국인들을 보니 우리나라 궁궐의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복입은 외국인들 오랜만에 고궁에 와서 한복 입은 외국인들을 보니 우리나라 궁궐의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 유영숙

   
나무가 우거진 덕수궁을 보니 우리나라 고궁이 이렇게 좋은데 늘 카페나 음식점에서 모임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에 가서 다음에는 고궁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도 보여서 '역시 우리나라 궁궐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a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안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잇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안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잇다. ⓒ 유영숙

   
지인이 일찍 도착하여 전시회가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입구에서 전시회 입장료를 끊고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입장을 하였다. 귀한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 입장료도 2천 원이다. 자수전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작품을 보면 볼수록 감동이 되었다. 바늘을 도구 삼아 다채로운 색실로 직물을 장식하는 자수는 인류의 오랜 문화유산 중 하나다.

전시실은 조금 어두웠다. 자수 작품이 빛에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실내 조도를 낮추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로 입구에 있는 작품은 자수가 아닌 그림이다. 가까이에서 보다가 작품을 훼손할까 봐 접근 금지 라인을 쳐 놓았다. 작품이 그림인지 자수인지 구분이 안 되어 나도 자꾸 가까이에서 확인하려고 다가가게 되었다. 줄을 쳐 놓은 이유가 있었다.
 
a 1층 1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아래 작품은 전시실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으로 자수 작품이 아니다. 자수가 빛으로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1층 1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아래 작품은 전시실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으로 자수 작품이 아니다. 자수가 빛으로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 유영숙

   
전통 자수라 불리는 유물 대부분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전시된 작품 대부분도 1900년대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는 알려지지 않은 자수 작가와 작품을 발굴, 소개하고 시대에 따라 어떻게 발전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라고 한다. 열 폭 병풍이 많았는데 어떤 작품은 몇 년씩 걸려서 제작한 작품도 있었다.


전시실은 모두 4실로 1층과 2층 전시실에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1 전시실은 <백 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 주제로 주로 전통 자수로 조선시대 자수도 있었다. 특히 장생, 수복을 비는 '십장생도'가 열 폭 자수 병풍으로 만들어져 여러 개가 전시되어 있어서 조상들의 장수에 대한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옛날 우리 집에서 많이 보았던 베갯잇 같은 생활 자수도 있어서 어린 시절 추억도 소환할 수 있었다.
 
a 2 전시실 작품들 나무 액자에 전시된 작품은 매화꽃 한 송이 한 송이를 어떻게 실과 바늘로 표현했는지 그 섬세함에 무척 놀랏다.

2 전시실 작품들 나무 액자에 전시된 작품은 매화꽃 한 송이 한 송이를 어떻게 실과 바늘로 표현했는지 그 섬세함에 무척 놀랏다. ⓒ 유영숙

   
2 전시실은 주제가 '그림 갓흔 자수'로 교육과 전시를 통해 '미술 공예로 거듭난 자수 실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시절 학교에서 자수는 학교령 공포와 함께 '수예' 중 하나로 여성 교육의 핵심으로 일부 엘리트 여성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를 공부했다고 한다. 유학지는 도쿄에 위치한 '여자미술전문학교'로 유학 후 한국에 와서 자수를 보급했다.

학교에 자수과가 있어서 학생들 공동작품도 여러 개가 전시되어 있었다. 대학교에 자수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림인가 싶어 보면 섬세하게 자수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작품들을 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2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매화 작품은 그 작은 매화꽃을 어떻게 바늘과 실로 표현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a 3 전시실 작품 3 전시실은 추상화 작품으로 자수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3 전시실 작품 3 전시실은 추상화 작품으로 자수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 유영숙

   
3 전시실은 <우주를 수건 삼아>로 광복 후 자수 작품으로 자수로 추상화 작품을 만들었는데 작품성에 놀랐다. 광복 후 자수는 현대화를 가져왔고 아카데미 안팎에서 진행된 소위 창작 공예(현대 공예)로서 자수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된 작품을 보면 '이게 자수 맞아!' 할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났다. 특히 표제작인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작품도 3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a 4 전시실에 전시 된 최유현의 '팔상도' 마지막 출구 쪽에 비슷한 듯 다른 여덟 작품이 양쪽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무려 10년동안 걸렸다고 한다. 정말 대작이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4 전시실에 전시 된 최유현의 '팔상도' 마지막 출구 쪽에 비슷한 듯 다른 여덟 작품이 양쪽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무려 10년동안 걸렸다고 한다. 정말 대작이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 유영숙

   
마지막 4 전시실에서는 <전통미의 현대화>란 주제로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입구 쪽에 최유현의 '팔상도'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10년 동안 만들었다고 한다. 비슷한 듯 다르게 보이는 불교를 주제로 한 대형 작품 여덟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크기에 놀라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옛날 자수전인데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60, 70대 연령층의 여성분이 많았지만, 외국인도 보이고 동아리 학생인 듯 남학생들이 선생님과 관람하는 팀도 있었다. 이 전시회가 5월부터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8월 4일까지 전시되니 끝나기 전에 보려고 서둘러 오지 않았을까 싶다.
  
a 제목이 통일(무궁화)인 작품 오른 쪽의 붉은 무궁화는 북한을, 왼쪽 흰색의 무궁화는 남한을 상징하는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이다.

제목이 통일(무궁화)인 작품 오른 쪽의 붉은 무궁화는 북한을, 왼쪽 흰색의 무궁화는 남한을 상징하는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이다. ⓒ 유영숙

 
위 작품은 제목이 통일(무궁화)로 오른쪽의 붉은 무궁화는 북한을, 왼쪽의 흰색 무궁화는 남한을 상징하며 한반도 형태로 우아하게 곡선을 이루고 있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나무 둥치는 통일의 염원을 나타낸다고 한다. 작품을 만드는데도 3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꽃과 잎, 나무의 명암을 그림처럼 표현해서 그 섬세함에 놀랐다. 통일의 염원처럼 작품을 보며 우리나라가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길 빌어보았다.

나는 결혼하고 남편과 3년 정도 떨어져서 살았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 근무를 갔다. 아이도 없어서 대학교에 다니는 남동생과 살았는데 아파트 상가에 자수 가게가 있었다.

그때 만든 여덟 폭 병풍이 지금도 있다. 우리 아이 어렸을 때 집에서 돌 잔치할 때도 사용했고, 사촌 여동생 약혼식 때도 사용하였다. 부모님 기일에는 글씨 표고한 뒤쪽으로 사용했는데 언제부터인지 베란다에 모셔놓고 거의 꺼내 보지 못했다. 오늘 자수전에 다녀오며 병풍이 잘 있는지 꺼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 덕분에 귀한 전시회에 다녀왔다. 자수전 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이렇게 멋진 전시회인지 몰랐다며 오늘 오길 정말 잘했다고 했다. 그동안 자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자수전 관람을 통해 자수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렇게 많은 자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정말 귀하고 멋진 전시회였다. 나처럼 시니어들에게는 특히 어릴 적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전시회가 될 것 같다.
#자수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십장생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할머니와 손 잡고 본 임영웅 영화, 씁쓸함만 남았습니다 할머니와 손 잡고 본 임영웅 영화, 씁쓸함만 남았습니다
  2. 2 "내가 못할게 뭐람..." 이 여성이 60대에 피워낸 꿈 "내가 못할게 뭐람..." 이 여성이 60대에 피워낸 꿈
  3. 3 이 한국음식이 다 공짜라고? 캐나다인들의 탄성 이 한국음식이 다 공짜라고? 캐나다인들의 탄성
  4. 4 '20년 간병', 한 어르신 글에 여기저기서 터진 한숨 '20년 간병', 한 어르신 글에 여기저기서 터진 한숨
  5. 5 "마지막이 뭐였더라?" 상식 파괴한 윤 대통령의 반말 "마지막이 뭐였더라?" 상식 파괴한 윤 대통령의 반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