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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대통령 찬양 속 대통령과 각세운 대표 탄생

국민의힘 전당대회 한동훈 신임 대표 당선... 과도한 대통령 띄우기에 해묵은 공산주의 타령

등록 2024.07.23 17:08수정 2024.07.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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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당기 흔드는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당기 흔드는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남소연

 
[기사대체: 23일 오후 6시]

"국민의힘 당 대표, 한동훈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의 수락 연설에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이 환호로 화답했다.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이 그대로 실현됐다.

23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 대표 후보자가 신임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한동훈 대표는 62.84%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결선 없이 1차에서 선거를 마무리 지었다. 한동훈 신임 당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62.65%(25만 5930표), 여론조사에서 63.46%(6만 4772표)를 모아 종합 환산 32만 702표를 얻었다.

친윤계 주류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을 등에 업고 적극적인 네거티브에 임했던 원희룡 후보는 18.85%(9만 6177표)로 2위 자리를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선거인단 투표에서 19.04%(8만 2449표)를 얻어 선전한 덕이었다. 여론조사에서는 13.45%(1만 3728표)에 머무르며 나경원 후보(18.05%, 1만8423표)에게도 밀렸다. 한동훈 대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 결선에 가겠다는 시나리오도 좌절됐다.

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14.59%(5만 5996표)에 머무르며 종합 14.58%(7만 4419표)에 만족해야 했다. 윤상현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 3.73%(1만 3897표), 일반 여론조사 5.05%(1만 9051표)를 얻으며 최종 3.73%(1만9051표)를 기록했다.

'팀 한동훈' 박정훈 낙선... 불안하게 시작하는 지도 체제
 
a 한동훈과 인사하는 원희룡-나경원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원희룡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한동훈과 인사하는 원희룡-나경원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원희룡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 남소연

 
청년 최고위원의 경우 '팀 한동훈'의 일원이었던 친한계 진종오 후보가 48.34%(24만874표)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했다.


하지만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득표 순)가 당선하면서 '한동훈 체제'의 안정성은 다소 떨어지게 됐다. '친한계' 대표주자인 장동혁 최고위원이 최다 득표로 수석 최고위원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원희룡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맺었던 인요한 최고위원, 나경원 후보의 지원사격을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 역시 지도부에 입성하게 됐다.

'팀 한동훈'을 결성하고 당 지도부 입성을 노렸던 박정훈 후보는 낙선하고 말았다. 박 후보는 16.41%(16만 4919표)로 선전하며 종합 4위를 차지했으나, 여성 할당제로 김민전 최고위원 당선이 확정됨에 따라 순위가 밀렸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나경원 후보와 정책 연대를 맺으며 한동훈 대표 견제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과거 '이준석 체제'를 붕괴시켰던 그 시나리오가 여차하면 용산에 의해 재현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한동훈 호'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한동훈 "당원들 힘든 한 달 보냈다... 제가 죄송,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

개표 결과 발표 후 당선 수락 연설에 나선 한동훈 후보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오늘 우리는 미래로 간다. 변화를 시작한다"라며 "선택해 주신 그 마음을 잘 받들겠다. 제가 잘하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끝까지 함께해 주신 윤상현, 원희룡, 나경원 세 분 후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세 분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하고 큰 정치인이시고 자산"이라고 치하했다.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 모두는 정말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했다. 때로는 과열되기도 했고 때로는 갈등도 있었다"라면서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당원 동지들 여러분께서 국민들께서 마음 아파하시고 때로는 화나시고 걱정하시고 힘든 한 달 보내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고개 숙였다.

한 대표는 "제가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라면서도 "국민의힘은 이견은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다. 우리는 갈등과 대립을 치열한 토론과 설득으로 민주적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전통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하겠다"라며 "2007년에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하셨던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는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지 않고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가 치열했던 경선 과정의 균열을 메우고 상처를 봉합하는 한마디가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만 남겨 맡겨두지 않겠다"라며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라고 당의 화합을 앞세웠다.

과도한 윤석열 대통령 '띄우기'... 낯 뜨거운 전당대회
 
a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총체적인 형용모순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존재였다. 국민의힘은 수해 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연예인 섭외를 하지 않고 검소하게 기획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연예인 삼아 '대통령 띄우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다행히 지난 전당대회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 곡으로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사용하는 기행은 없었으나,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쓰였던 공식 로고송 중 하나인 'KOREA(코리아)'가 다시 흘러나왔다. 이 노래의 가사는 "윤석열 일어나자" "윤석열 승리하리라" 등이다.

마이크를 잡은 당 주요 인사들은 너도나도 윤 대통령 연호를 유도하고, 윤 대통령을 칭찬하고, 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느라 바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식 지도부가 출범하며 이날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특별히 오늘 저희들을 축하하시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신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황 비대위원장은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자유의 확대라는 신념 위에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정신을 지닌 자유시민의 정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우리 당의 1호 당원이신 자랑스러운 윤석열 대통령님"에게 "더욱 힘차게 이 나라 잘 이끌어 주십사 하고 우리가 힘찬 박수와 환호를 보내 주셨으면 한다"라고 현장의 호응을 이끌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 되고, 오직 국민만 섬기고, 민생 돌보기에 온 힘을 다하는 당·정·대가 하나가 되어 기필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달성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루어 대한민국의 국운을 우리가 펼쳐 나가자"라고 당정 일치를 강조했다.

여기에 "우리 당은 이제 40% 이상의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복귀했다"라며 "이제부터는 이러한 우리의 당력을 한껏 모아서, 우리 대통령 지지도 50% 이상으로 유지해 드려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을 보탰다. "대통령 퇴임하실 때는 60% 이상의 지지로 사랑을 받는 대통령으로 꼭 우리가 만들어 드리자"라는 말에 윤 대통령도 미소를 보였다.

이후 축사에서 윤 대통령 또한 '단결'을 강조했다(관련기사: 윤 대통령 "당과 나는 운명공동체, 앞으로도 하나일 것" https://omn.kr/29ji2).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정이 원팀이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들께서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가 선거 구호로 "원팀"을 내세웠던 점, 그 원 후보가 용산 대통령실 그리고 친윤계 주류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의도적 단어 선정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치적을 추켜세우는 홍보 영상도 7분 여에 달할 정도로 꽤 길게 상영됐다. 그리고 이토록 낯뜨겁게 윤 대통령을 찬양한 그 전당대회에서 가장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한동훈 신임 당 대표가 탄생했다.

첨단 기술 내세웠지만 내용은 시대에 뒤떨어져
 
a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 주요 콘셉트를 'AI'로 잡았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본격적인 전당대회가 시작하기 전 별도의 언론 브리핑을 통해 "콘셉트를 젊은 정당, 온라인 정당, AI 시대 주도 정당 이미지를 담아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라며 "특히 AI 시대를 주도하는 정당으로서 여러 고민을 많이했다"라고 이야기했다.

AI 포토존, AI 사회자 등을 내세웠고, 특히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의 육성을 AI로 복원해 주요 연설과 축사를 꾸렸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성 사무총장이 언급한 것처럼 '사투리 구현' 등이 제대로 안 됐다는 기술적 완성도 탓이 아니다. 전당대회장 안을 AI로 치장하고 있는 동안, 전당대회장 밖에서는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당원과 지지자들이 '세 과시'를 하고 있었고, 일부 지지자들은 여전히 '부정선거' 관련 손팻말을 들었다.

또한 최신 기술로 복원한 연설의 내용에도 의문이 따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우리는 공산주의와 싸우기 위한 우리의 용기와 투지를 증명해 보였다"라며 "이 땅에 공산주의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몰아내야 한다"라는 발언이 스크린에 띄워졌는데, 6·25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2024년 집권여당 전당대회에 어울리는 문장인지 의아하다.

AI를 활용해서 제작했다는 전당대회 영상에서 대한민국의 시작 연도는 '1945년'이었다. 이후 '1948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해묵은 건국절 논란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결국 청년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을 뒤늦게 따라하며 젊은 척 보이려는 기성세대의 몸부림, 그 정도의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전당대회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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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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