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자료사진)
픽사베이
얼마 전에도 결혼식에 다녀왔다. 내 결혼식에 와줬던 손님이기도 하고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계이기도 했다.
내 결혼식에 와준 손님의 결혼식이라 축의금 금액도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었다. 받은 만큼 돌려줬다. 받은 것에 조금 보태어 돌려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아직은 그런 마음씨가 못되나 보다.
그런데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는 길에 마음이 불편했다. 마음 한구석을 축의금 금액이 자꾸 간지럽히는 기분이었다. 필자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나는 2019년에 결혼했다. 어느덧 5년이 흘렀다. 5년 동안 오른 물가를 고려하지 못했다.
한 사람에게 두 번 보낸 축의금
5년 동안 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통계청에서는 소비자물가조사를 통해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아직 2024년 소비자물가지수가 나오지 않아 2019년에서 2023년까지 4년간 물가상승률을 계산해 봤다. 약 15% 정도 올랐다.
그렇다면 5만 원의 15%를 더한 6만~7만 원이 적당한 걸까? 필자는 경조사비를 5의 배수로 한다. 5의 배수가 아니면 알레르기라도 생긴 듯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결혼 당사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서는 축의금을 한번 더 송금했다. 결혼을 두 번 한 것도 아닌데 한 사람에게 두 번이나 해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물가는 15% 정도 올랐는데 결혼 비용은 얼마나 올랐을까? 결혼정보주식회사 듀오는 매년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4년 예식홀 비용은 2023년 1,057만 원에 비해 약 21% 정도 증가한 1283만 원이다.
2024년 웨딩패키지 비용도 2023년 333만 원에 비해 약 8% 정도 증가한 360만 원이다. 1년 만에 예식홀은 21%, 웨딩패키지 비용은 8% 올랐다. 예식홀 비용 1년 상승률이 4년간 증가한 물가상승률보다 높다. '웨딩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결혼과 관련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식은 코로나 전과 후로 구분돼. 코로나 전에 결혼한 건 정말 운이 좋았던 거야."
최근에 올해 결혼한 친구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다. 서울 도심지를 벗어나 경기 근교 지역으로 가면 가격은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소회를 나눴다.
친구는 서울권을 기준으로 공장식 예식장은 식대만 5만~6만 원대, 야외와 같은 특별한 곳은 식대만 8만 원 이상이라고 했다. 결혼식 비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물가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 받은 만큼만 돌려주었다가는 염치없는 이가 되기 십상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일하면서 버는 노동 수입이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만 같다. 그런데 그 물가 속도보다 결혼식 비용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니. 마음 맞는 짝을 만나 결혼하기로 결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마음만으로 할 수 없는 게 결혼식이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닫는다.
결혼식 비용 때문에 결혼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는 청년들의 푸념도 이해가 되고, 결혼식을 준비하며 수많은 선택지를 두고 여러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부부의 이야기도 공감이 된다.
물론 식을 올리지 않고 가정을 꾸려가는 방법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부부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결혼 문화를 보면 결혼이 단순히 둘만의 일은 아니다. 집안의 거사다. 우리 부부도 우리 의지와는 달리, 집안 사정으로 인해 예식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