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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된 은행나무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노란 빛깔 담으려는 사진가와 관광객들로 북새통

등록 2024.11.11 09:05수정 2024.11.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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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에 반하게하는 800년된 은행나무(2024/11/9)
노란색에 반하게하는 800년된 은행나무(2024/11/9)진재중

"뭘 찍느냐"라는 물음에 "보면 모르느냐"라고 되묻는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탄성을 자아낸다. "저 색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나요. 저런 색은 다른 나무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원로 사진작가가 던지는 말이다.

영롱한 노란빛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원주의 한 시골마을, 곱게 물든 800년 된 은행나무 이야기다.


 가장 찬란한 노란색을 담기위해 촌음을 다투는 작가들(2024/11/9)
가장 찬란한 노란색을 담기위해 촌음을 다투는 작가들(2024/11/9)진재중

깊어가는 가을, 800년 된 거대한 은행나무가 노란빛으로 물들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매년 짙은 녹색에서 화사한 노란색으로 변하는 은행나무 잎은 주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세월과 자연의 순환을 담아낸다.

사진작가 박우열(70)씨는 "은행나무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공들여 사진을 준비합니다. 나뭇잎에 스며든 햇살과 나무의 웅장함은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라고 말한다.

다른 작가도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카메라 초점과 빛의 각도를 조정하며 은행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색을 담는다"라며 저 나무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데 작품의 대상이 되어주는 고목에 감사함을 표했다.

 아름다운 은행나무의 자태를 담기위해 몰려든 사진작가들(2024/11/9)
아름다운 은행나무의 자태를 담기위해 몰려든 사진작가들(2024/11/9)진재중

1964년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된 반계리 은행나무가 올해도 빛나는 가을의 절정을 맞이해 많은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높이 34.5m, 둘레 16.9m에 달하는 이 거목은 수령 8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나무로,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황금빛 단풍을 자랑한다. 아파트 12층 높이에 해당하는 이 은행나무는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가을철 관광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가 끝난 9일 오후에도 노란 은행나무를 보려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문막읍과 여주시에서 몰려온 차량들로 국도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더욱 고운 단풍을 자랑하며 노랗게 물들고 있어, 은행나무를 감상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노란색 물결에 몰려든 관광객(2024/11/9)
노란색 물결에 몰려든 관광객(2024/11/9)진재중

부산에서 올라온 박철규(58)씨는 "다른 은행나무는 낙엽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노랗게 물든 고목을 보는 게 신비롭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김명화(80)씨는 "나보다 10배 이상 더 오래 산 나무가 곱게 물든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은행나무는 가을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나무가 간직한 긴 시간의 흐름과 그 안에 담긴 추억을 그대로 담아낸다.

한 원로 사진작가는 "이 오래된 은행나무를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시간을 품고 있는 생명체로 여깁니다. 800년 동안 이 나무는 여러 세대를 지나며 사람들의 삶을 지켜봐 왔고, 그 세월의 무게가 겹겹이 쌓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노랗게 물든 잎에서 나오는 색에 반해서 세심하게 담아냅니다"라고 말한다.

오래된 추억이 흩날리듯이, 은행나무는 말없이 서서 한 번 더 가을을 지나고
그 빛을 온 세상에 내려준다. 2025년 가을에도 다시 한번 황금빛 옷을 입고 색에 반하는 작가들이 몰려들기를 바란다.

은행나무 파란하늘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한폭의 서양화를 연상케 한다(2024/11/9)
은행나무파란하늘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한폭의 서양화를 연상케 한다(2024/11/9)진재중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진재중
 800년된 은행나무의 자태(2024/11/(9)
800년된 은행나무의 자태(2024/11/(9)진재중
#은행나무 #노란색물결 #원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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