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오후 6시 30분, 순창군내 유일한 영화관인 순창읍 '천재의공간 영화산책'에서 <괜찮아, 앨리스> 상영회가 열렸다.
최육상
"괜찮아~ 괜찮아~"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 상영이 끝나고 관람 소감을 나누는 자리, 진행자가 한 관객에게 마이크를 가져갔다. 그가 머뭇거리자, 관객들은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를 합창했다. 소감을 나누는 동안 "괜찮아~ 괜찮아~"는 수차례 울려 퍼졌다.
윤채빈 순창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은 "영화를 보면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살짝 슬펐다"면서 "영화가 청소년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한편으론 부모님들을 주제로 한 것 같기도 해서... 그래서 오늘 본 내용 중에 있던 대사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같은 대사들을 부모님한테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고 말했다.
김수현 복흥중학교 3학년 학생은 우리나라 교육체계에 대한 바람을 진지하게 전했다.
"저는 솔직히 한국의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굉장히 겁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작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공부를 안 하면 실패하게 돼', '공부를 못하면 남들보다 뒤떨어지게 돼' 등의 인식들이 너무 강하게 박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꿈틀리 같은 학교가 너무 적기도 하고... 사람마다 가치관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 다른데 그거를 채워주고 극대화해줄 수 있는 교육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객석 꽉 채운 열기... 부모·자녀 등 참석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 전북 순창군내 유일한 영화관인 순창읍 '천재의공간 영화산책'에서 <괜찮아, 앨리스> 상영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100개 극장 상영 관객추진단'인 구준회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과 순창청소년문화의집과 순창군청소년수련관 등 청소년 단체의 도움으로 열렸으며, 전국 군 단위에서는 이례적으로 진행됐다.
평일 오후라는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와 함께한 부부, 학생·교장 등 학교 구성원, 순창교육지원청 관계자, 순창군의원, 주민 등이 영화관 관객석 99석을 모두 채웠다. 영화 상영이 끝나자 관객들은 자신의 경험을 빗댄 소감을 나눴다. 순창군 전체 유·초·중·고 학생 수는 올해 4월 기준으로 2140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진단하는 순창군 관객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이종철 현직 대안학교 고교 1학년 담임교사는 "저희 학교를 선택했으면서도 부모와 아이 관계가 힘든 경우가 의외로 많다"면서 "영화에 나온 아이들 부모님도 우시고 그러는데, 대안학교를 보내면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하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속마음은 그러지 못하고, 아이들이 주말에 집에 가면 되게 힘들어서 월요일에 학교 와서 많이 울고 상담을 해도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학생들 상담뿐만 아니라 부모님 직장까지 찾아가서 상담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즐겁게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한다'고 하고도 그게 안 되더라고요. 방금 영화보면서 아이들이 생각나서 울컥했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국에 좋은 대안학교들이 많아요. 그런데 꿈틀리 학교도 그렇지만 신입생 모집을 못 해요. 이런 학교를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녀를 믿고 그런 학교를 보내면, 제대로 행복을 느끼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든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